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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0여년 전으로 돌아간 부동산 정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7:18

수정 2017.08.06 17:18

김현미 "집 파는 게 좋겠다"
권오규 "이사 가면 돈 남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안하다. 10여년 전 실패한 참여정부 정책을 닮아가고 있어서다. 물론 그때와 지금 환경은 다르다. 같은 정책을 펴도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의 사고방식은 판박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3일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의 말은 "하늘이 두쪽 나도 부동산은 꼭 잡겠다"던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을 연상시킨다. 또 2005년 8.31대책을 내놓을 때 참여정부는 "헌법보다 고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다 과욕이었다. 참여정부가 공들인 부동산대책은 보수정권 아래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책을 펴는 이들은 늘 '대못'을 경계해야 한다. 전쟁에선 배수진이 종종 유용하다. 그러나 경제정책에선 되레 스스로 퇴로를 끊는 부작용이 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8.2 부동산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꼭 필요해 사는 것이 아니면 파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꼭 10년 전인 2007년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팔고 분당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로 이사 가면 세금을 내고도 돈이 남는다"고 말했다. 종부세에 대한 납세자 불만을 그런 식으로 타박을 놓은 셈이다. 그러자 강남에 아파트 한 채밖에 없는 실수요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사람들은 사유재산권에 민감하다. 권 부총리는 공연히 적을 만들었다. 김 장관은 권 부총리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카드를 꺼낸 것도 익숙한 장면이다. 국세청은 8.2대책 후속으로 구체적 세무조사 대상과 규모를 이번주 발표한다. 지난 2005년 당시 이주성 국세청장은 국회 답변에서 "세무조사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05년은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시행에 착수한 해다. 당시 기획부동산 업체와 다주택자들이 국세청 조사를 받았다. 아파트 투기 단속에 세정당국을 동원하는 낡은 관행은 참 생명력이 질기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중년.노년이 된 베이비부머가 부동산 투자에 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분석이 옳다면 정부는 지금 투기꾼을 쫓을 게 아니라 인구 변화에 대응할 중.장기 주택정책 청사진을 그릴 때다. 은퇴 후 재테크를 부동산 투기로 몰아붙이면 답이 안 나온다.
불행히도 김수현.김현미 콤비는 그럴 뜻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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