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세계가 인정한 원전 기술, 우리만 모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7:18

수정 2017.08.06 17:18

깐깐한 美 1차심사 통과.. 3세대 원전 한국이 주도
한국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APR-1400'이 미국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주 "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1차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6단계 중 3단계 통과지만 가장 까다롭다는 미 정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프랑스와 일본도 2007년 미국에 인증 신청을 했지만 프랑스는 심사를 중단했고 일본은 2단계 문턱을 넘지 못했다.

APR-1400은 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의 모델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수출 원전과, 신고리 5.6호기에도 들어갔다.
안전성을 극대화한 게 돋보인다. 노심 손상 등 중대사고 발생 확률(2세대 1만분의 1)을 10만분의 1로 낮췄고,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심 자동냉각설비도 갖췄다. 3세대 원전 시장은 미국.프랑스를 제치고 한국이 주도한다. 3세대 가운데 상업운전에 들어간 것은 APR-1400이 유일하다. 이 덕에 수출경쟁력에서 한 발 앞서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도 한국형 도입이 유력하다. 미국시장 진출도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정부가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졌다. 탈원전 정책 때문이다. 만약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완전 중단될 경우 해외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 수입국이 부품공급 중단 등을 우려해서다. 벌써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주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웨스팅하우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러시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경쟁상대인 한국은 탈원전 정책으로 위축됐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기업인 간담회에서 원전 건설과 관련,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국회에서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을 우려해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해외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전은 40년간 우리가 99% 이상의 기술자립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관련 고용인력만 30만명에 이른다.
특히 3세대 원자로 기술은 우리가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지금까지 이룩한 원전의 인프라를 쇠퇴시켜 장기적으로 원전 수출 국제경쟁력을 갉아먹을 게 분명하다.
자살골도 이런 자살골이 없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