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이슈분석] “안철수 당권 잡아도 상처뿐인 승리… 국민에 출마 명분 설득해야”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8:07

수정 2017.08.06 19:23

안철수 조기등판 찬반논쟁… 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8.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비전 간담회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스탠딩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비전 간담회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스탠딩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슈분석] “안철수 당권 잡아도 상처뿐인 승리… 국민에 출마 명분 설득해야”
하한정국을 맞은 정치권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으로 연일 들끓고 있다. 이른바 안 전 대표의 조기등판론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원인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의 출마 선언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정치라는 비난이 우세하다. 하지만 탄생 1년여째를 맞고 있는 다당제 구조의 대한민국 정치실험을 지속하고, 구태로 여겨진 과거 거대양당 구도로 회귀하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당장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당내 호남계와 결별수순을 밟고 끝내 국민의당이 소멸하느냐, 당의 리모델링에 성공하느냐에 현재 다당제 구조의 정치권 세력균형이나 권력지형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하한 정국에 안 전 대표의 선택을 주목하는 주된 이유다.

■'구당이냐' '책임정치 실종이냐'

안철수 전 대표의 전대 출마가 당을 구하기 위한 충심이냐, 혹은 책임정치 실종이냐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그러나 대체로 너무 빠른 등판이라는 비판의견이 더 많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리더는 위기 때 나타나야지 자기가 살려고 나와서는 안된다"며 "지방선거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나쁠 경우 위기 돌파를 위해 나오는 것은 모르지만 이번에는 너무 조급했다"고 평가했다. 그 원인에 대해 당의 내홍에 지지율도 바닥을 이어가면서 안 전 대표가 창당 주역으로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창업주가 회사가 부도나면 갈 데가 없는데, 안 전 대표도 이같은 정치적 절박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당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카드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안철수가 아니면 국민의당이 독자적인 자강 노선을 걷기가 어렵다고 하는 현실이 있는 것 같다"며 "명분은 없지만 정치 현실적으로 강행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극중주의 "애매하고 위험한 발상" vs "불가피한 선택"

안 전 대표가 출마의 변에서 좌도 우도 뛰어넘는 '극중주의'를 들고나온 데 대해서도 "실체없이 모호한 개념" "제3의 길을 선택한 것이 향후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안 전 대표가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에서 제3의 길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그 뒤 제3의 길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극중주의 선언은 두가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년 대표성(진보개념)이 가버린 만큼 탈 청년주의를 선언했고 이같은 탈청년주의는 탈호남과도 맥을 같이 한다"며 "탈청년과 탈호남을 강조하면서도 보수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으로 앞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가 최대 과제로 보인다"고 했다.

또 현재 국민이 기대하는 과제가 적폐청산과 불합리한 현실 개선인데 이를 거부하고 극중주의라는 개념으로 소수 정당인 국민의당이 국민에게 새로운 답을 내놓고 이를 실천할 동력을 확보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김홍국 경기대 겸임 교수는 "극중주의는 당장은 안 전 대표와 지지자들을 단결할 계기를 마련할지 모르지만 향후 좌우 양당정치 사이에서 더욱 정치적 입지를 좁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에 극중주의가 향후 바른정당 김무성 전 대표 등과의 개헌 연대를 염두해둔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 김무성, 정진석, 안철수로 이어지는 삼각공부모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극중주의가 처음에는 중도세력 결집을 통한 개헌연대로 가고, 개헌연대가 정계개편으로 갈수도 있다.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두 당의 합당 등 코앞의 정계개편 가능성을 놓고는 "바른정당은 현재 국민의당 보다는 보수 적통경쟁에 관심이 많다"거나 "경제 사회 분야 일부를 제외하고는 서로 정체성이 달라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았다. 서로 합당을 해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다.

■안철수 당권 도전, 승리 가능성 높을 것 전망 많아.

좌우를 배제하고 중도 자강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당권도전은 대체로 전대승리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다만 당권을 쥐는 과정에서 호남과의 갈등과 향후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등 더 큰 과제가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중도보수를 강하게 주장해서 '피투성이'라도 승리를 한다면 재등판은 성공할 것"이라면서도 "어영부영 안철수 계파의 승리로 이긴다면 탈당 러시 및 당은 사실상 분해될 것"이라고 했다.

계파싸움보다는 전대과정에서 당원은 물론 국민에게 자신의 출마에 따른 분명한 명분을 제시하고 설득이 동반되야 한다는 것이다.


호남과의 본격적인 불화 및 결별 가능성에 대해선 "호남도 사드 찬성론(보수성향)이 높아지는 만큼 호남도 쪼개질 것"(신율 교수), "갈등폭이 커질 것"(김홍국 경기대 교수)등 다양한 전망이 나왔으나 대체로 전대를 전후해 호남세력과의 결별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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