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40대 직장인 나가장씨의 경매로 집사기] 경매시장 덮친 8·2 대책… 시장 널뛰기에 시세판단 어려워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20:03

수정 2017.08.08 07:33

3억4500만원에 낙찰 물건 하룻밤 새 2000만원 하락
변동성 클땐 정보검색 중요.. 대법원 사이트 등 활용해야
[40대 직장인 나가장씨의 경매로 집사기] 경매시장 덮친 8·2 대책… 시장 널뛰기에 시세판단 어려워

나가장씨(가명)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전세보증금 2억4000만원짜리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방 두칸, 욕실 1개 짜리 전용면적 59㎡ 아파트다. 지하철 9호선 공항시장 역세권이다. 인근에 롯데몰 김포공항점이 있어 생활 인프라도 편리하다. 하지만 두 아이가 커가면서 집이 좁다는 것을 느낀다. 장난감이 넘쳐나면서 둘 곳이 부족하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가면 책도 사고, 각자 방도 하나씩 줘야 하는데….'

■8.2 대책에 경매시장도 불안

나씨는 서울에서 흔히 국민주택 규모라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 한 채는 갖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 서울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는 6억~7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서울엔 더 이상 택지가 없어서, 재건축.재개발 외엔 신규 분양이 쉽지 않다고 한다. 내집 한 채 마련하기가 정말 만만치 않다. 게다가 나씨는 직장일에 쫓겨 주택청약통장을 늦게 마련했다. 납입개월 수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청약 가점제 순위가 낮다.

지난주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나씨처럼 준비가 부족한 세대는 주택청약이 더 힘들어졌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지역 1순위 요건이 강화된 것이다. 1순위 자격이 기존 청약통장 가입 후 1년.납입횟수 12회에서 청약통장 가입 후 2년.납입횟수 24회 이상이 된 것이다.

가점제 적용도 확대됐다. 투기과열지구 85㎡ 이하 가점제 비율이 기존 75%에서 100%로 상향됐다. 미계약 발생 시 예비입주자 선정도 가점제가 우선 적용되고 있다. 가뜩이나 청약경쟁률이 높은데 나씨는 가점도 낮아 신규 분양은 꿈도 못꾸는 처지다. 나씨가 경매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시장 널뛰어 시세예측 어려워

경매시장도 일반 부동산시장처럼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8.2 대책 같은 고강도 정책이 나오면 충격파로 시장이 급변동한다. 향후 주택시세 산정이 어려워지니 경매 참가자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여서 당분간 시세가 매일 요동칠 거라고 한다. 그만큼 경매 참가자가 시세를 기준으로 낙찰가를 정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8.2 대책 전날인 8월 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노원구 한 아파트(감정가 3억원)가 낙찰가율 115%인 3억45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8.2 대책이 예상보다 강력해 낙찰 다음날에 호가가 1000만~2000만원 하락했다. 정부 대책 전날 낙찰 받았다가 손실을 입게 된 사례다.

전문가들은 나씨 같은 경매 초보자들은 이럴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요즘 같이 시세가 크게 변동하면 경매 참여자들도 주춤하게 돼 낙찰가율이 많이 떨어진다"며 "변동성이 클 때는 호가와 시세를 구분해 정확히 가격을 파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씨도 소나기는 피해야겠다는 판단이다. 일단은 충실하게 내공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1차적으로 물건 정보검색이 중요

경매는 1차적으로 정보검색이 중요하다. 양질의 경매 정보를 얻기 위해선 풍부한 경험이 밑천이다.

과거엔 부동산 소재지인 경매사건 관할 법원에 가야 경매 정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전국의 경매 물건을 검색할 수 있다. 경매 물건을 확인하는 방법은 일간신문, 대법원 사이트, 유료정보업체 등 크게 3가지다.

국가는 경매 14일 전 해당 물건을 일간신문에 공고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법원경매 부동산의 매각공고'에 등재된 물건이다.

대법원 사이트에서도 경매 물건 내역과 감정평가서.물건명세서 등을 볼 수 있다. 현황조사서와 감정평가서는 입찰일 14일 전, 물건명세서는 7일 전에 볼 수 있다.

유료정보업체는 등기부등본.건축물대장.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 부동산 공적 자료가 첨부돼 있다. 또 초보자에 어려운 권리분석 등을 물건마다 해놨다. 전문가들이 부동산가치.시세.점유자.현황 등을 담은 현장보고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료정보업체는 정보이용료(연간 100여만원)를 내야한다. 경매 관계자, 전문적인 참여자 등이 주로 활용한다.

나씨는 우선 대법원 사이트의 무료 정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대법원 사이트를 보니 부동산매각공고가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8월 8일 기일입찰을 검색해봤다. 기일입찰은 정해진 날짜에 직접 경매법정에 나가 입찰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 155㎡가 8억3000여만원의 신건으로 등록돼 있었다. 신건은 한번도 유찰이 안되고, 경매 매물로 처음 나온 물건이다.

경매 사건번호는 2017타경13***이었다. 전문가에 사건번호가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사건번호는 사람 이름과 비슷하다. 2017은 사건연도, 13***은 접수번호를 의미한다.
'타경'은 민사소송 중 경매사건을 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경매시장도 당분간 부침이 심할 거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센 충격이 와서 일반 주택 뿐 아니라 경매시장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시세가 들쭉날쭉 할 수 있어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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