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증세론,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5일 정부가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증세 논쟁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세 부담이 연간 8000억원 감소하고, 고소득자·대기업은 세 부담이 연간 6조3000억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증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과 추가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나뉘어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증세의 필요성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채무 추이를 보면 김대중정부에서 74조원, 노무현정부에서 165조원, 이명박정부에서 144조원, 박근혜정부에서 184조원이 증가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97년에는 11.4%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38.3%로 높아졌다. 이는 정부 재정지출은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이에 상응한 증세는 하지 않고 국가채무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한 향후 5년간 178조원의 재원 마련방안은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적자재정 기조를 전환하기 위해서도 증세는 필요하다. 지난 4년간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연평균 금액인 27조8000억원은 추가 증세를 해야 정부 재정이 균형기조로 전환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문재인정부는 지난 6월 말 향후 5년간의 국정계획을 발표하면서 178조원의 공약재원 중 60조5000억원은 초과세수 증대, 60조2000억원은 지출 구조조정, 35조2000억원은 기금 여유자금 활용 등으로 조달 가능하다고 밝혔다. 추가 증세 없이 공약 이행이 가능한 것처럼 발표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증세방안을 내놓은 것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는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더욱이 세법개정안으로 조달 가능한 향후 5년간 재원조달 가능한 누적 합계액 23조6000억원만으로는 공약 이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엄청난 규모의 적자재정을 전제한 것이라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일정 정도의 증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증세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늘어나는 정부지출은 대부분 복지 증가에 따른 것이다. 복지지출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지고 국민에게 다시 환류되는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복지 때문에 늘어난 세수는 전액 국민에게 다시 돌아간다.

복지지출에 충당하기 위한 세금은 보험료와 같다. 질병, 재해, 노령, 빈곤 등에 대처하기 위한 복지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능력에 따라 일정 정도의 세금을 납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과거 제한적 복지지출을 할 때는 부자증세만으로 가능하기도 했지만 GDP의 10%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보편적 복지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현 시점에는 보편적 증세를 하지 않고는 급증하는 복지지출을 감당할 길이 없다.


따라서 복지제도를 늘려나갈 때 증세가 동시에 요구됨을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가채무는 궁극적으로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이제 복지와 증세를 함께 공론화해야 할 때가 왔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