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운사간 중복노선 자발적 구조조정 합의 쉽지 않아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8 17:40

수정 2017.08.08 21:41

정부. 해운산업 재도약 지원책 물거품 우려
해운연합에 드리운 암운
이젠에도 비슷한 논의했지만 해운사간 타협안 도출에 실패.. 벌써부터 성공 가능성 회의적
해수부 역할론 등장
해수부 "자발적 구조조정".. 업계는 "사실상 정부 주도".. 논란 일으킨 업체 정리 요구
현대상선, SM상선, 팬오션 등 14개 해운사가 8일 한국해운연합(KSP) 공식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KSP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첫째줄 왼쪽 세번째),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첫째줄 왼쪽 네번째)이 해운사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현대상선, SM상선, 팬오션 등 14개 해운사가 8일 한국해운연합(KSP) 공식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KSP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첫째줄 왼쪽 세번째),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첫째줄 왼쪽 네번째)이 해운사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해운사들의 자발적 해운노선 구조조정이어야 한다."(해양수산부)

"정부의 인센티브(보상금) 없이 구조조정에 참여 안한다.
"(해운업계)

문재인정부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약화된 국내 해운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해양진흥공사 설립과 폐선지원금 지급이 추진되고 있다. 게다가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해운노선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손실보상금 도입도 검토 중이다. 해운공사 설립을 제외한 나머지 구조조정은 해운사들이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정부의 지원책은 민간 해운사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참여했을 때 보상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운노선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정부가 당근책으로 손실보상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해수부 "민간동의 없이 추진 안해"

해수부의 후방지원 속에서 진행 중인 해운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은 해운사 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위험성이 크다.

8일 해수부는 현대상선, SM상선, 팬오션 등 14개 해운사와 한국해운연합(KSP)을 공식 출범하고 중복운항 해운노선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앞날은 그리 밝지 못하다.

벌써부터 성공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 반응이 적지 않다.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논의가 있었지만 어느 해운사가 양보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이날 "정부의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해운사의 노력이 없이는 안 되며,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아울러 "이번에 참여하는 해운사 대표들의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예상되는 난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재도약해보자는 국가적 사명감을 보여준다면 정부도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정부 지원에 따른 통상문제, 보상금 예산 확보, 해운연합 참여 해운사 가이드라인 설정 등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복 해운노선 구조조정에 동참하는 해운사 간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정부가 강제로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정부가 해운노선 구조조정을 통제할 경우 국제통상 문제로 시비가 생길 소지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손실보상금 예산을 새롭게 편성해야 하는 과정도 남았다. 게다가 정부의 손실보상금만 받고 '먹튀'하는 해운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이드라인 정부가 정해야"

이번 해운노선 구조조정 도입을 앞두고 SM상선이 이달 중 인도네시아 신규노선 개설에 뛰어들면서 논란이 됐다. 해운업계 후발주자인 SM상선이 향후 해운노선 구조조정 대상인 인도네시아 노선에 중복투자를 해놓고서도 한국해운연합에 가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일단 SM상선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고서 누가 먼저 양보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중복노선에 투자한 해운사 간의 조건이 100% 같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중국항로만 영업하는 두우해운이 KSP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KSP의 정체성에 대한 시비가 붙었다. KSP가 추진하는 주요 구조조정 해운노선에는 중국이 빠져 있다.

이번 해운노선 구조조정에서 해수부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이번 해운노선 구조조정을 사실상 정부에서 주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수부가 KSP의 정체성을 정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노선 구조조정은 공급과잉 심화가 원인이다.
원양시장에서 촉발된 선박 대형화 경쟁, 아시아 주요국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아시아 역내 해운시장도 수급불균형이 심화됐다. 또 해운시황의 장기침체로 주요 선사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공급과잉 항로에서 출혈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주요 연근해선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5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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