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님토 (NIMTO)

한국에서 관료로 출세하려면 공적을 쌓기보다는 책임 질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문제가 있으면 터지지 않도록 '폭탄돌리기'를 잘 하라는 얘기다. 5년 단임제 정권에서는 정책 실패와 후유증을 후임 정권에 떠넘기는 행태가 빈발하고 있다. '내 임기 중에는 안된다'는 '님토(NIMTO·Not in My Term of Office) 현상'은 정책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무사안일과 무책임을 부른다. '내 임기 중에 생색나는 일은 반드시 하겠다'는 '핌토(PIMTO·Please in My Term of Office)'도 속성은 비슷하다.

신용카드 대란이나 눈덩이 가계부채, 지난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조선.해운산업 부실 등은 정부가 폭탄돌리기를 하다가 문제를 키운 케이스다. 요즘 논란이 되는 '교사 임용절벽' 문제도 박근혜정부가 인구절벽 현상을 외면하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 아래 교사 선발인원을 늘린 것이 원인이다.

문재인정부의 님토 현상이 유별난 것 같아 걱정이다. 정부는 탈(脫)원전 정책을 내세우며 "5년 동안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음 정부에서 전기료 인상 압박이 커질 것이 뻔한데 남의 일이니 나몰라라 하겠다는 자세 아닌가. 공공 일자리 늘리기 정책도 문제가 많다. 공무원은 한번 뽑으면 30년 이상 고용하는데다 연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후임 정부로 갈수록 부담이 엄청나다. 정부가 엊그제 발표한 건강보험 개편안을 보면 다음 정부의 추가 재정부담이 한 해 10조원에 달하는데 이것을 어찌 할지 언급이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나라를 위해 님토를 극복한다. 좌파 사민당 출신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00년대 초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인 하르츠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슈뢰더는 지지기반인 노조의 반발을 사 2005년 정권을 중도우파인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에게 넘겨줘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저성장.고실업의 '독일병'을 치유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욕먹을 일, 골치 아픈 일은 피하고 생색나는 일만 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사탕발림 정책, 문제를 회피하는 정책은 결국 국민 허리를 휘어지게 한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