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의원님들의 ‘내로남불’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0 17:30

수정 2017.08.10 17:30

[기자수첩] 의원님들의 ‘내로남불’

"(국외 활동에 대한) 절차가 있는데 유명무실하게 작동되어 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표결 지연' 사태에 대해 당 기강 확립 및 재발 방지방안을 발표하면서 한 지적이다. 자당 의원 일부가 개인 일정과 공무 등을 이유로 회기 중 해외로 출국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정이 있는데도 자의적 판단에 따라 행동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물론 이는 여야를 불문하고 모든 국회의원이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의원들의 국외활동에 대한 지적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엄연히 관련규정이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강제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원들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이 발빠르게 관련 규정에 대한 재정비를 통해 '회기 중 국외활동 승인제'를 도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회기 중 국외활동을 하려는 소속 의원은 최소 출국 1주일 전까지 원내행정기획실에 국외활동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만 출국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당 규정이라는 점에서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난의 화살에서 벗어난 야권은 관련 지적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는 점 역시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원들의 국외활동 규정이 강제성을 띠도록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발의되기도 전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일정을 일일이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일견 수긍도 가지만 그토록 '헌법기관'임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정을 무시하고 회피해도 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회 인사청문회 장면을 떠올리면 이런 반응은 실소를 자아낸다. 과거나 지금이나 국회의원들은 청문회 대상자가 갖추어야 할 첫번째 덕목으로 도덕성을 꼽는다.
나라의 중책을 맡을 사람인 만큼 작은 흠결도 용납될 수 없다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호통은 물론이고 인격모독성 발언까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규정마저도 지키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누군가의 도덕성을 꾸짖을 자격이 있을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모습이 따로 없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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