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Style] 유치할수록 좋아… 캐릭터 전성시대

'큰손' 키덜트족 모시기 나선 유통가

몇 년 전만 해도 캐릭터 제품을 사 모으는 어른들은 '유치한 어른', '덜 자란 어른'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들어선 키덜트족, 이른바 아이들의 감성과 취향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이들이 유통업계 '큰 손'이 됐다. 마트에 가면 자녀들과 함께 온 30~50대 중장년층 아버지들이 드론 코너나 피규어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사람보다 더 큰 피규어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촬영하고 조립한 레고를 전시하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의 '슈퍼배드3 패밀리 테마룸(위쪽)'과 휠라가 자체개발한 캐릭터 '워니'

10일 업계에 따르면 키덜트 문화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키덜트 문화 상품 시장도 고속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키덜트 상품 시장은 2014년 5000억원에서 매년 20%씩 성장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토이저러스가 진행한 '메가사이즈 로보트 태권V' 피규어는 예약 판매 기간인 15일 동안 2000여개, 약 1억3000만원 어치가 팔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키덜트족,유통업계 '큰 손' 부상

'캐릭터 전성시대'를 맞아 캐릭터를 자체 개발하는 브랜드도 생겼다. 휠라코리아가 독자 캐릭터 '워니'를 개발해 전면에 내세운 것. 워니는 듬직하면서도 포근한 인상으로 사랑받는 동물 '백곰'의 특징을 형상화해 탄생시킨 휠라의 대표 캐릭터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캐릭터 워니를 활용해 젊은 고객들에 한층 친밀한 이미지로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따뜻하고 듬직한 성품을 지닌 한편, 얼굴이 커서 부끄럼을 타 항상 볼이 발그레하다는 외형적인 특성을 설정해 캐릭터에 부여했다. 워니의 외모와 성격에 따라 연상되는 은매곰(은근히 매력적인 곰)이라는 별명을 붙여 유머러스한 이미지까지 캐릭터에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어른'들이 주로 쓰는 다이어리에서도 캐릭터 제품은 빠질 수 없게 됐다. 다이어리 브랜드 몰스킨에서는 올들어서만 벌써 캐릭터와 협업한 제품을 4번이나 출시했다. 특히 최근에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슈퍼배드3'의 인기캐릭터 미니언즈와 협업한 다이어리를 선보였는데 품절사태를 빚을 정도다. 각 노트 커버에는 '케빈', '스튜어트' 등 캐릭터들이 한 명씩 등장해 미니언 언어로 '안녕'이라는 의미의 '벨로(Bello)'와 미니언즈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바나나' 등을 외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노트 커버뿐 아니라, 노트를 감싸고 있는 페이퍼 밴드와 엘라스틱 밴드에도 미니언즈의 시그니처 컬러인 노란색과 파란색을 적용해 색감이 대조될 수 있도록 디자인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 패키지 주인공도 캐릭터

호텔 패키지에도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만한 게 없다고 호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캐릭터라면 더할 나위 없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은 영화 '슈퍼배드3'와 협업, 미니언즈 캐릭터로 꾸며진 '미니언즈 테마룸'을 선보여 캐릭터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테마룸을 위해 침대가 별도 제작된데다 커튼, 베개, 침구류도 모두 미니언즈 캐릭터로 꾸며졌다. 캐릭터룸 안에서는 마치 미니언즈와 함께 영화 속에 있는 듯한 장면도 연출해볼 수 있다. 로비층에서는 소니뮤직의 '슈퍼배드3' 쇼케이스와 영화 공식 OST 청음기가 설치돼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키즈존에서는 미니언즈 캐릭터 인형과 캐릭터 드로잉북 등도 마련됐다.

롯데시티호텔은 순수 토종캐릭터 '라바'를 파트너로 정했다. 지난 3월 인기 캐릭터 '라바'와 함께한 패키지를 처음 선보이며 인기를 얻은 롯데시티호텔마포와 김포공항은 이번에도 라바 캐릭터룸을 이용할 수 있는 썸머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번 패키지에는 동심을 자극할 라바 물총과 인형도 포함돼 있어 호텔에서의 하룻밤이 지나도 라바와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

[e-mail]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