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종교인 과세유예 법안, 김진표답지 않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1 17:28

수정 2017.08.11 17:28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미루는 법안을 냈다. 김 의원이 지난 9일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여야 의원 25명이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교인 과세는 2018년에서 2020년으로 늦춰진다.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물릴지 여부를 놓고 우리 사회는 거의 반세기 동안 씨름했다. 험난한 여정 끝에 국회는 2015년 12월 종교인 과세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정도면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밟았다.
김 의원 등의 뒤집기 시도는 부적절하다.

김진표 의원은 새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자문위는 지난달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 '과세형평을 제고한다'는 항목이 있다. 탈루소득 과세를 강화한다는 대목도 보인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소득이 있으면 일단 세금을 내는 게 정석이다. 만약 소득이 일정선을 밑돌면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데도 아예 세금을 낼 생각조차 안 하는 것은 문제다. 종교인 과세는 이처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이다. 김 의원은 제 손으로 만든 국정과제를 스스로 어겼다.

김 의원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여당 내 합리적인 경제통으로 통한다. 그래서 더 실망스럽다. 2015년 말 기재부는 '올해 최고의 정책'으로 종교인 과세를 꼽았다. 경제관료들에게 종교인 과세는 그만큼 큰 사건이었다. 지난 1968년 당시 이낙선 국세청장은 "종교인들도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민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차일피일 미뤘고, 어영부영 47년이 흘렀다. 이런 진통을 거쳐 이룩한 조세정의를 다른 사람도 아닌 선배 관료가 뒤집으려 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는 실익보다 조세정의라는 상징성이 더 크다. 기재부는 과세 대상을 4만6000명, 연간 세수를 100억원대로 추산한다. 시행령을 보면 종교인은 소득이 같은 일반근로자에 비해 세금을 훨씬 덜 낸다. 상당수는 면세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형편이 어려운 종교인들은 되레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초 개정안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 가운데 3명은 서둘러 이름을 뺐다.
그만큼 여론이 나쁘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정의의 기반 위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을 문재인정부가 해야 할 최대 국정과제로 꼽았다.
김진표 의원은 법안을 철회하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