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졸음운전, 시스템으로 근절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3 16:59

수정 2017.08.13 16:59

[특별기고] 졸음운전, 시스템으로 근절해야

지난해 7월 강원 평창 봉평터널 입구에서 졸음운전 관광버스가 앞차들을 추돌해 4명이 숨졌다. 올 7월에는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에서 광역버스 졸음운전 사고로 2명이 숨졌다. 언론에 보도된 사고 동영상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거대한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차들을 충격하는 졸음운전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졸음운전에 대한 종합대책이 마련된다. 잇단 참사에 사고원인이 운전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지적돼서인지 올해 대책은 매우 적극적이다.
대책은 크게 근로여건 개선, 첨단안전장치 확대, 휴게시설 등 안전환경 조성이다. 졸음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 잘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제도들이 제대로 지켜질까. 연속 휴식시간이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연장되면 버스회사나 운전자들이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

법규 위반으로 얻는 이익은 큰 반면 단속에 걸리면 몇 백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돼 철저히 지켜질 리가 없다. 졸음운전, 과적, 대포차 등 교통불법은 이동하는 차량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 위법이 만연한 '관행적 불법'의 형태를 띠게 된다.

관행적 불법은 단속만으로는 근절할 수 없다.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통불법은 시스템에 의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디지털운행기록장치(DTG)는 졸음운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좋은 제도다. 그러나 사업자가 관리하고 국가가 수시로 점검할 수 없어 관행적 불법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모든 통행차량의 출입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를 낸 광역버스는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조작의 위험이 없고 자동으로 정상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데이터가 이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것이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용 차량의 운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큰 비용 없이 차량의 정상운행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큰 대포차는 일반차량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근절할 수 있다. 자동차 검사를 하면서 과태료나 명의 등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검사필증을 교부해 차량 유리에 부착하게 하면 된다.

국민이 검사필증을 붙이는 작은 수고를 해주면 경찰관이나 공무원이 비싼 특수장비 없이 1초 이내에 비정상적 차량을 찾아낼 수 있다. 일반 시민들도 비정상적 차량을 발견할 수 있어 대포차가 발붙일 수 없게 된다.

현재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자치단체에서 과적차량을 단속하면서 발견한 도로교통법 위반사항을 경찰에 전달해 처벌하는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새로운 인력이나 장비 증가 없이 정보 공유만으로 과적차량 관리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

관행적 불법 개선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것이기에 적폐 청산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정보를 서로 공유해 불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더 쉽고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남택화 경찰청 교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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