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자동차 소음, 엔진음이 전부가 아니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3 16:59

수정 2017.08.13 16:59

[차관칼럼] 자동차 소음, 엔진음이 전부가 아니다

전기자동차를 처음 타본 사람들은 정지한 상태에서 엔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조용한 실내환경에 놀라곤 한다. 그런데 속도를 내며 도로 위를 주행하게 되면 어디선가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휘발유차나 경유차에서는 엔진 소리에 묻혀 인지하지 못했던 타이어 소음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180만대로 기록됐다. 2005년 1540만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42%나 증가한 수치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소음으로 겪는 고통 역시 커지고 있다.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 3명 중 1명은 야간 도로변 환경소음 기준인 55데시빌(㏈)을 웃도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소음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소음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전파 경로 대책과 음원 대책으로 구분된다. 전파 경로 대책은 방음벽이나 반지하도를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음원에서 사람의 귀에 이르는 경로를 차단해 소음을 줄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방음벽은 고층건물에는 소음 차단 효과가 크지 않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약점이 있다.

더 좋은 방법은 음원 대책이다. 차량이 주행하면서 발생하는 엔진음을 비롯해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음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자동차 소음을 줄이기 위해 엔진음, 배기음, 경적음을 기준치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동차 타이어 마찰음을 줄이기 위한 제도는 아직 없다. 반면 유럽연합은 2003년부터 허용기준을 마련하고, 세계 최초로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도 2019년부터 유럽연합과 동일한 수준의 허용기준과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란 타이어의 소음성능 표시를 의무화해 기준에 적합한 저소음 타이어만 보급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소음이 기준치 이상이거나 성능이 표시되지 않은 타이어는 시장 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타이어를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8개 기업과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 타이어 기업은 본격적인 제도 적용에 앞서 유럽연합 기준과 동일한 8개 규격의 저소음 타이어를 올해 9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자발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가 도입되면 저소음 타이어의 사용이 확산되면서 자동차 주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로소음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는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최고의 발명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우리가 희생하고 있는 것도 많다. 견디기 힘든 자동차 소음은 그중 하나일 것이다. 자동차 문명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자동차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타이어 소음을 줄이는 등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는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간 품질에 비해 저평가돼왔던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다. 자동차 소음은 엔진음이 전부는 아니다.
자동차 소음을 낮추기 위해서는 타이어 소음도 함께 잡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했으면 한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