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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료 인하정책, 정부-업계 "서운하다" 감정 앞서 원칙은 뒷전?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3 18:03

수정 2017.08.13 18:03

과기정통부, 9월 1일부터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25% ↑
업계 "협의없이 정책 강행, 언론에 감정 공개 당혹"
정책 객관성 희석시킨다 비판
통신료 인하정책, 정부-업계

다음달 1일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높이는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서로 '서운하다'며 공개적으로 감정을 토로하면서 정책의 객관성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언론과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통신업계를 향한 서운한 감정을 공개하고 있다. 통신업계 역시 "통신업계의 협조를 구하겠다던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약속과 달리 당초 일정을 밀어붙이는데 대해 당혹스럽다"며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모두 서운함을 공개할 만큼 감정이 격앙돼 있는 상태에서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대해 정부와 업계 실무자들의 심도있는 논의는 사실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냉정한 법률 검토를 기반으로 상호협의를 통한 정책원칙을 정립하지 못한채 서운한 감정이 결합된 주관적 졸속정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책당국자들, 업계를 향해 "서운하다"(?)

13일 국회와 과기정통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9월 1일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25% 상향 시행을 목표로 이르면 오는 16일 경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행정처분(최종 공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통신 3사가 일제히 '9월 1일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지만 정부는 미리 계산해 놓은 전산시스템 개편작업(평균 2주 가량 소요) 및 오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 9월 정기국회 및 직전 당정협의 등을 감안한 일정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반면 통신업계는 정부를 향해 주주 설득과 경영악화 만회를 위한 업계의 처지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정부의 행정저분 공문이 접수되는대로 행정소송에 착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업계의 입장차이가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들이 "통신업계에 서운하다"는 감정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어 의견조율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까지 나서 언론을 통해 "정부의 계속된 설득에도 (업체들이 소송을) 한다고 하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서운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협의 없이 정책 일정을 밀어붙이는 것도 당혹스럼지만, 각종 언론을 통해 통신업계를 향한 서운한 감정을 공개하는 것이 더 당혹스럽다"며 "규제기관 담당자들이 정책 집행 과정에 감정을 개입시키면 기업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정책과 감정 분리해야....법률에 근거해 냉정한 정책원칙 세워야

옛 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권한을 가진 정부가 산업계를 향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극도로 피해야 할 일"이하면서 "법률과 정책목표를 놓고 산업계와 냉정한 협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해야 할 당국자들이 스스로 정책에 감정이 개입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고 국민들은 결국 정책을 믿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 사안 중 절반 가까이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만 산업계를 향해 서운하다고 감정을 공개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정부가 스스로 감정개입을 시인한 정책은 국민들이나 산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가 보다 냉정하게 법률에 근거해 냉정한 정책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해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요금에 대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경쟁을 통해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었는데 대통령이 바뀌자마자 정부가 직접 요금까지 결정하겠다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가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통신요금 인하 논란은 근본적으로 통신서비스에 대한 시각차이, 독과점인 이동통신시장, 이에 대한 정책당국에 대한 불신에 기인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통신요금 인하 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하려면 과기정통부의 경쟁활성화 및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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