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염주영 칼럼] 저출산의 비극, 교대생으로 끝날까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4 16:51

수정 2017.08.14 16:51

인구 감소가 뻔히 보이는 데도 정부는 모르는 척 선심행정만
소아과·예식장 등은 무사할까
[염주영 칼럼] 저출산의 비극, 교대생으로 끝날까

광주교대 학생들이 지난 4일 광주광역시 교육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내년 졸업 예정자가 300명이 넘는데 임용고시에서 5명만 뽑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290여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졸업하고 한 해를 기다려 임용고시에 다시 도전하거나, 아니면 공립 초등학교 교사의 길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내년에 재도전하더라도 선발 인원이 올해보다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교사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의 교대생들에게도 2017년은 잔인한 해다. 올해 임용고시 선발 인원이 지난해보다 40%(2228명)나 줄었다. 이미 시험에 합격하고도 임용되지 못하고 있는 예비교사들이 전국에 3800여명이나 밀려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매년 학생과 학급 수가 줄어드는 데도 임용고시 선발인원을 줄이지 않은 탓이다. 임용 대기자가 몇년 사이에 눈덩이처럼 쌓이다 보니 결국 내년 졸업예정자들이 그 유탄을 맞게 됐다. 근본 원인은 저출산이며, 여기에 교육정책 실패까지 겹쳐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100년 후 출생아 수를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10년 후 출생아 수는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2007년 이 땅에는 49만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10년 후인 올해 출생아 수는 36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한다. 연평균 2.7%씩 줄고 있다. 시점을 10년 전으로 앞당겨도 마찬가지다. 1997~2007년 사이에 연간 출생아 수는 67만명에서 49만명으로 줄었다. 연평균 감소율은 2.7%로 같다. 국가의 정책은 이 추세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교대생 임용고시 파동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생아 수의 변화는 7년 후 초등학생, 13년 후 중학생, 19년 후 대학생 수의 변화를 알려주는 선행지표다. 28년쯤 후에는 취업준비생, 30년쯤 후에는 혼인과 주택구입 건수가 어떻게 변할 지도 알려준다. 우리는 저출산 통계에 담긴 수많은 정보를 잘 활용하고 있는가. 변화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책 담당자들의 몫이다.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초등학교 학생 수가 연평균 2.7%씩 줄고 있는 데도 이를 무시했다. 그 비율대로 매년 선발인원을 줄였다면 임용고시가 이토록 바늘구멍이 되지는 않는다. 교육부와 일부 교육감들의 선심 행정이 쌓여 지금의 임용절벽을 만들었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무심한 정부가 교대생들의 꿈을 날려 버렸다.

10년 만에 출생아 수가 27% 줄어든다면 이건 혁명적인 변화다. 당장 산부인과.소아과 등의 환자가 줄고, 유아원.유치원.학교와 입시학원도 줄며, 예식장·주택구입 건수 등등…. 열거할 수도 없는 많은 것들이 연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폐교 수순을 밟고 있는 서남대 사례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정부는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해야 한다. 하나는 변화를 막는 정책이고, 또 하나는 변화에 적응하는 정책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저출산 시대에 맞게 인적 물적 자원의 배분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가져올 혁명적인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교대생들에게 닥친 임용절벽은 이런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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