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차장칼럼] 일자리 줄이는 유통정책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4 16:51

수정 2017.08.14 16:51

[차장칼럼] 일자리 줄이는 유통정책

유통산업에서 해묵은 과제로 손꼽히는 불공정거래 이른바 '갑질'을 차단하려는 새 정부의 발걸음이 거침없다. 프랜차이즈 분야부터 시작된 김상조 호의 갑질 근절 대책은 이번주에는 유통업계 핵심인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유통 대기업을 겨냥했다. 직격탄을 맞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유통 대기업들은 이미 유통시장이 온라인 쪽으로 기울면서 가뜩이나 수익성이 떨어져서 죽을맛인데 왜 오프라인 시장만 갖고 이러느냐며 아우성이다.

유통업계가 김상조 호의 갑질 근절 대책에 대해 반기를 드는 공통적인 부분은 바로 역효과다. 더 넓혀서 새 정부의 고용 및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서도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고용감소라는 역효과를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불공정거래 해소 대책을 포함한 유통정책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분야 핵심공약이며 첫번째 정책이 일자리 창출인데 정작 유통업과 관련해 나오는 정책들은 거꾸로 가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13일 내놓은 유통 대기업 갑질 근절 대책에서 스타필드, 롯데월드몰 등 복합쇼핑몰과 아웃렛까지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를 받게 되면서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월 2회 의무휴업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복합쇼핑몰은 저성장기에 접어든 유통업계에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롯데,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에서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출점 규제에다 의무휴업 등 각종 규제가 생겨나면서 당분간 새롭게 문을 여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대형쇼핑몰은 넓은 부지에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이 들어서기 때문에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오는 24일 오픈하는 스타필드 고양의 경우 3000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납품업체 종업원에 대해 대형유통업체가 인건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규제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체들은 당장은 인건비 부담이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제품 홍보 기회가 줄어들고 파견직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현재 정부의 유통업 규제가 오프라인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으로 인해 전통시장 매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이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지적도 있다. 2010년만 해도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대형마트 비중은 40%(38조원)에 달하고 인터넷 쇼핑몰은 26%(25조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대형마트 비중이 32%(52조원)로 낮아지고, 인터넷 쇼핑몰은 39%(65조원)로 급성장했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올해 신규 점포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서 보듯 이제 전통시장의 경쟁자는 대형마트가 아닌 온라인쇼핑몰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특성과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정책적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이대로 가다가 몇 년 후면 죽어가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살리기 위해 휴일에는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닫겠다는 법안이 나오지 않을까.

padet80@fnnews.com 박신영 생활경제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