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윤중로] 광복절, 對北 운전석의 대통령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4 17:14

수정 2017.08.14 17:14

[윤중로] 광복절, 對北 운전석의 대통령

광복절 72주년을 맞은 오늘, 마냥 벅찬 감동으로 그날을 기억할 수 없는 것은 나라 안팎의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촛불의 힘으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뒀으나 마음으로 축하하기 힘든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72년 전 그날은 적어도 좌든 우든 이념을 떠나, 동이든 서든 지역을 떠나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는 점에서 한마음이었을 것이다. 해방의 에너지는 강하고 컸다. 지금은 앞날에 대한 자신감 내지 희망보다는 불안이, 통합보다는 분열이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것은 과문한 탓일까.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비서관들과 커피잔을 든채 파안대소하는 얼굴에서 격의 없는 소통을 읽었다. 취임하자마자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현장으로 달려가고 가슴에 상처가 깊은 시민을 안으면서 눈물 흘릴 때 진정성을 신뢰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한·미, G20 정상회담 등 잇단 정상외교에서 왠지 어색하고 동화되지 않은 것으로 비쳤던 역대 대통령과 달리 당당한 모습 역시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경제난이 심화되고 안보위기는 점증하는 이때 믿고 따를 수 있는 국가지도자로서 문 대통령은 어떤 지점에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런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터놓고 말해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 안보불안이나 안보불신 시비를 일으키는 핵심인 것 같다. 북한은 잇단 미사일 도발과 핵무기 고도화 등으로 세계의 골칫덩이로 부각됐고, 미국은 이참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며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라는 데 동의하는 진단이 세를 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리의 대화 제의에 상대가 아니라는 듯 미사일 도발로 대응하는 북한에 대해 강한 제재를 내세우면서도 여전히 '대화'를 강조한다. 미국, 유엔 등이 북한 제재와 압박을 한목소리로 높이는 상황에서말이다. 남북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대화를 배제하며 모든 문제 해결의 마지막 단계는 대화라는 점을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대화를 해야 할 시기가 있고 이를 주도하려면 상응하는 힘 또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굳이 다른 의도가 있느냐는 불필요한 시비나 코리아패싱이니, 엇박자와 같은 논란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

그런 점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장기간 빚어지고 있는 갈등 및 정부 태도에 대해 느긋한 국민, 느긋한 정부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의 잇단 경고에도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일전불사 의지를 노골화하며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북한이다. 이런 때 단호하고 일관된 신호를 보냄으로써 신뢰감을 높이는 운전석의 대통령을 기대한다.
광복절, 이제는 앞으로 가야 할 때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