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클래식 스타 ‘팬덤’, 약일까 독일까

지난 금요일 저녁,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깜짝 놀랐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팬덤싱어2'에 성악가 김주택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김주택은 해외에서 손꼽히는 바리톤이다. 야마하 국제성악콩쿠르 1위, 툴루즈 국제성악콩쿠르 1위 등 세계적 명성의 콩쿠르를 석권하며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스타급 성악가이기도 하다. 그가 밀라노 베르디국립음악원을 졸업할 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성악계에선 마치 전설처럼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TV 예능무대에 서 있다니,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떠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의아해하는 모두의 앞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족도 반대했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오페라나 대중음악이나 관객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지 않나. 한 회 출연을 하더라도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의 바람대로 방송이 끝난 직후 그의 이름은 온라인을 점령했다.

최근 클래식계 최대 화두는 '팬덤'이다. 시작은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조성진을 둘러싼 팬덤은 아이돌의 그것에 못지 않다. '광풍'이라 불릴 정도로 클래식계에서 유례없는 인기다. 그의 공연 티켓은 보통 2500~3000석이 1시간 안에 매진된다. 지난 5월 통영국제음악당 리사이틀은 1109석이 79초 만에 모두 팔렸고, 오는 18일 협연자로 출연하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콘서트는 유료회원 대상 1400석이 예매시작 5분, 일반회원 대상 600석이 1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중고사이트에 올라온 티켓 판매 최고가는 무려 130만원에 달한다.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해외공연을 따라가는 팬도 적지 않다. 클래식 관객층이 얇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공연시장을 보더라도 대중적 인지도는 공연의 성공을 좌우할 만한 요소가 됐다. 조성진으로 클래식 음악에 입문했다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찮다. 스타 연주자로 몰리는 관객은 안 그래도 열악한 환경의 클래식 공연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음악세계에 깊이 침잠해 자신의 연주를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연주자들에게는 어쩌면 치명적인 독이다. 당장 조성진도 "프라이버시를 잃었다"며 열광적 팬덤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한 명의 연주자로 인해 클래식 공연의 관객층이 넓어지는 것은 더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연주자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것, 그것이 좀 더 올바른 팬덤의 방향 아닐까.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