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슈분석] 충격파 길어진 안보 리스크 '3% 성장' 장밋빛이 잿빛으로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4 17:34

수정 2017.08.14 21:47

대외변수로 시험대 오른 한국 경제
외국인 자금 이탈 뚜렷.. 장기화땐 기준금리 인상 압박.. 사드 후폭풍도 여전해
김동연 부총리-이주열 총재 16일 만나 안정대책 논의
[이슈분석] 충격파 길어진 안보 리스크 '3% 성장' 장밋빛이 잿빛으로
올 하반기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불안 요인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3% 경제성장 회복' 등 장밋빛 전망이 나올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대외변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처럼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틀어진 한.중 관계의 영향이 내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형상이다.

상황이 엄중해지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전격 회동한다.


■"북한 도발 과거와 달라"

김 부총리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금융.외환시장 영향이 과거와 달리 글로벌 불안으로 일부 확산되고 있으며 작은 충격에도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이 북한 도발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 간 긴장 고조를 과거와 달리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압박에도 북한의 핵무장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우리 경제에 변수였던 '대북 리스크'가 이제는 상수가 됐다는 인식을 정부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는 16일 비공개 만남에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인식변화는 최근 금융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8일 1125.1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긴장이 높아지면서 9일 1135.2원, 10일 1142.0원으로 상승했다.

KB증권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북한의 충돌, 추가적으로 우리나라와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원화에 대한 위험은 예상보다 더욱 고조될 수 있다"면서 "(북한의 무력도발과 관련) 과거 경험적으로 최대 12주 이상, 환율이 6% 상승했음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1187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외평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대북 리스크'의 영향으로 급등 중이다. 지난 11일 기준 CDS 프리미엄은 69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2월 25일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평채 CDS 프리미엄은 국가 신용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문제는 '대북 리스크'라는 대외변수가 외국인 자금을 이탈시키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이미 외국인 자금 이탈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코스닥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의 경우 매달 매수가 우위에 있었지만 지난 7월부터 매도세로 전환됐으며 이달에도 매도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되고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계속된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주식시장에서야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겠지만 채권시장에라도 자금을 묶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분위기도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서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지지난주 체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축소를 모색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사드 후폭풍, 하반기에도 이어질 듯

대외변수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에는 내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체 중인 가계소득으로 좀처럼 민간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 중국인 단체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가 내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실제 지난 2.4분기 외래객 입국은 304만5590명으로 지난해 2.4분기와 비교해 32.6% 급감했다.

올 3.4분기에도 외국인 관광객 입국은 더욱 줄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리 정부가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색된 한·중 관계가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이는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서비스수지는 157억4000만달러 적자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사드 여파가 이어질 경우 연간 기준 사상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장민권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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