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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탈원전 정책 펴다 정전사고 터진 대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7:03

수정 2017.08.16 17:03

우리보다 한발 앞서 시행.. 文정부, 반면교사 삼아야
15일 대만에서 큰 정전사고가 일어났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고장나는 바람에 전국 800여만가구에 불이 꺼졌다. 건물 엘리베이터도 멈췄다. 약 5시간 만에 불이 다시 들어왔지만 전력공급을 책임진 경제부장(장관)은 즉각 사의를 밝혔다.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 총통도 "전력공급은 민생 문제이자 국가안보의 문제"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차이 총통은 "탈원전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총통 선거에서 탈원전을 내걸고 당선됐다. 차이는 딜레마에 빠졌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생각하면 원전을 다시 돌려야 한다. 하지만 원전을 돌리면 공약 위반이다. '차이 딜레마'는 장차 한국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8.15 대만 블랙아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만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제조업 강국이지만 에너지 빈국이다. 땅덩어리가 작은 탓에 원전도 밀집돼 있다. 다른 나라에서 전기를 끌어 쓸 수 없는 '고립된 섬'이라는 점도 같다. 또한 대만 역시 우리처럼 핵무기 보유국(중국)의 군사적 위협 아래 놓여 있다. 진보정권(민진당)이 집권한 뒤 급격한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멀리 유럽에 있는 독일보다 대만 사례가 더 피부에 와닿는다.

무엇보다 독일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유럽이라는 지형의 특성상 독일은 돈만 주면 이웃나라에서 에너지를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유럽연합(EU) 통합전력망(ENTSO-E)의 일원이다. 연구원은 "오스트리아, 스위스, 체코, 덴마크, 프랑스 등 인접한 9개국과의 전력 수출입이 가능한 것도 (독일의) 탈원전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독일 에너지전환 정책 목표와 조기 탈원전 결정 가능 조건' 보고서). 반면 대만과 한국은 스스로 만든 에너지가 없으면 달리 기댈 곳이 없다.

올 초 차이 총통은 오는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한다는 조항을 법에 못박았다. 2025년까지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전력예비율이 뚝뚝 떨어지자 지난 6월 원전 2기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NG 발전소가 말썽을 부리는 통에 정전을 막지 못했다.

하필이면 정전의 원인이 LNG 발전소라는 점도 신경에 거슬린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생산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나든다. 정부는 탈원전 대책의 하나로 이 비율을 더 높일 작정이다. 대만 정전사고는 다가올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탄광 속 카나리아'다.
정부는 대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탈원전으로 가는 길은 험한 자갈밭이다.
무턱대고 갈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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