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대륙 스크린을 뒤덮은 중화우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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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중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전랑2'(사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중국의 한 특수부대 요원이 아프리카 국가 반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부대에서 축출된 그는 군인의 사명감으로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난민과 중국 동포들을 구한다. 이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화면에 중국 여권이 나오면서 "당신이 해외 어디에서 어떤 위험에 처하든 당신의 뒤에는 강대한 조국이 있음을 기억하라"라는 자막이 흐르는 대목이다.

이 영화에 대해 미국 영화 '람보'와 흡사하다는 평가와 함께 애국주의 표현의 결정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목을 끄는 것은 이 영화가 비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최초로 박스오피스 수입 역대 100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본 중국인들은 가슴속 뜨거운 감동과 열렬한 박수로 이 영화의 흥행을 보증한다. 반면 중국인 이외 제3자들의 시선은 주로 '어색' 혹은 '불쾌'라는 단어를 연상케 된다. 중국 영웅이 세계의 시민을 구하겠다는 메시지에 대해 "나는 별로 너에게 구원받고 싶은 생각이 없어"라는 투의 반발심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람보 역시 미국 영웅이 제3세계 일반인을 구한다는 점에서 중국 영웅이 같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는 점을 비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과정에서 중국은 너무 성급했다.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해외에 군사력뿐만 아니라 문화와 자본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물리적 비용이 소요됐다. 미국의 문화식민지가 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 문화를 동경하는 신드롬도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이런 장기투자 덕분이다.

아시아에서만큼은 이 영화 메시지가 호응을 얻을 법한데 그렇지도 않다. 이 영화는 서양과 아시아적 가치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중국인이 유일한 영웅이며 동양이든, 서양이든 모두 구제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 호혜적 인프라 투자에 인색한 데다 자국 우월주의를 강조하는 특정 국가의 영웅에게 선뜻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전랑2'로 인한 수입이 대부분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이 이 같은 극과 극의 반응을 대변한다.

오히려 중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애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22(二十二)'의 예상 밖 흥행 돌풍이 시선을 끈다. 이 다큐는 개봉 이틀 만에 관객수 1500만명 기록을 달성했다.
영화 제목인 '22'는 당시 생존해 있던 위안부 피해자 수를 의미한다.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관점에서 제작됐다. 이 다큐에 등장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에는 한국인 고 박차순 할머니도 포함돼 있다. 구구절절한 수식어가 필요한 전랑2와 달리 영화 22에 대해선 구차한 설명 없이 영화 속으로 몰입이 되지 않는가.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