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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7 17:25

수정 2017.08.17 17:25

[여의나루]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이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장시간 근로 국가이다. 지난해 연간 근로시간이 2052시간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707시간에 비해 345시간(20.2%)이나 길다. 근면은 대대로 우리의 미덕이었고, 한국 경제의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장시간 근로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족쇄가 되고 있다.
장시간 근로가 산업재해를 빈발케 하고 일자리 확대를 어렵게 하며 근로자의 평생능력개발 기회를 제약해 결국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휴일근로시간(최대 16시간)을 연장근로시간(최대 주당 12시간)에 포함시켜 법으로 허용하는 근로시간의 한도를 줄이는 것이다. 그간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시간은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함으로써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법정 기준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가 가능했고, 이런 해석이 장시간 근로를 뒷받침했다.

고용부의 행정해석은 시대에 맞지 않고 비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고용부 행정해석을 폐기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일시에 단축되고, 모든 기업에 동시 적용돼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애로가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해석을 폐기할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법 개정은 2015년 '9·15 노사정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합의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일정기간 특별연장근로(주당 8시간)를 허용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자 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 외에 또 다른 과제가 있다. 근로자의 소득감소와 기업의 인건비 증가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소득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할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 어려워 노사갈등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결의 길은 노동생산성 향상에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시간은 긴 반면 노동생산성은 낮다. 2013년 현재 시간당 노동생산성(실질부가가치 기준)은 29.9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인 40.5달러보다 26%나 낮다. 따라서 근로시간이 단축돼도 노동생산성이 OECD 회원국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근로자의 소득감소 및 기업의 인건비 상승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단축된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플렉스 타임 등 다양한 유연근로시간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또한 임금체계를 개편해 연공급 비중을 낮추고, 성과급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의 평생능력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의 공동 노력이다.
이를 위해 노사가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생산성 향상 협약을 체결하고, 생산성 증가분을 노사가 배분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사의 우려를 해결하고, 짧은 근로시간과 높은 노동생산성을 특징으로 하는 선진 한국을 실현하는 길이 아닐까.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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