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말 폭탄'에 출렁인 금융시장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테일러 심슨이 휴가를 얻어 고국(미국)으로 돌아갔다'는 뉴스를 접했다. 시즌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는 설명이 곁들여 있었다. 미국 현지에서 한반도의 정세가 심각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가족들이 불안해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내 분위기와 달리 외신들은 한반도 관련 뉴스를 연일 비중 있게 쏟아내고 있다. 학습효과일까, 안보불감증일까. 한국의 정세에 정작 한국 국민보다 외부에서 더 큰 불안을 느끼는 모습이다.

정작 (개인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그다음에 터졌다.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하는 '제15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가 오는 23∼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강연을 해주기로 돼 있는 미국 자산운용사 임원이 급작스럽게 강연 취소를 요청해왔다. 열흘이 채 남지 않은 마당에 일방적 취소라니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멘붕'일 수밖에 없다. 대타(代打)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한반도 정세가 위중한 만큼 출장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회사의 방침이라고 했다. 그의 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화가 났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영상강연으로 대체하기로 합의를 봤다.

지금 미국과 북한이 쏟아내는 '말폭탄'만 놓고 보면 한반도 위기설은 결코 흘려들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더구나 오는 21일 시작되는 한·미 군사훈련, 다음달 9일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 등 군사적 긴장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최근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식사를 하다 농으로 "미국에서 한국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물었다. 그는 "금융시장이 무너지고, 증권사부터 제일 먼저 망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금융시장이 곧바로 타격을 받았다.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2% 넘게 급락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자 올 들어 줄곧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던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후 이달 14일까지 무려 3조5000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코스피의 유례없는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부담이 컸던 차에 때마침 차익실현 기회가 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불안한 정세가 원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말폭탄'이라도 철저히 경계하고 관리해야 한다.
단순한 '말폭탄'이 외환이나 증권 등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의 몫이 된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진짜로 칼을 뽑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