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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대통령, 부동산 이견에도 귀 열었으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7 17:25

수정 2017.08.17 17:25

"더 센 대책 주머니에 많다".. 끼리끼리 집단사고 경계를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사전 각본 없이 질의응답이 오간 모습이 좋았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국정 지지율은 70%를 웃도는 고공행진에서 꺾일 기미가 없다. 문재인정부 100일은 성공작이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다만 우리는 앞으로 문 대통령이 이견에도 귀를 더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성공에 취하면 자칫 오만에 빠지기 쉽다. 주변에 자기 편만 두면 브레이크를 걸 사람이 없다. 집단사고에 빠지면 옳든 그르든 한 방향만 고집한다. 우리는 부동산정책에서 그런 조짐을 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더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부동산정책 입안자로 알려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라고 다짐했다(8.3).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고 권했다(8.4). 이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언론과 잇단 인터뷰에서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집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강이라는 8.2대책은 즉각 효과를 냈다. 부동산 거래는 뚝 끊겼다. 집값도 안정세다. 여론 반응도 좋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여차하면 '더 강력한 대책' 곧 플랜B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 주무 장관이 똘똘 뭉쳤으니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을 것 같다.

하지만 경제정책에 100대 0은 없다. 플러스.마이너스를 따지면 50대 50일 때가 많고, 잘해야 60대 40이다. 문재인정부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를 천하의 졸작으로 폄하한다. 초이노믹스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를 풀어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았다. 지금이야 어떤 평가를 받든 초이노믹스 덕에 박근혜정부에서 성장률은 2%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요컨대 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세상에 지고지순한 정책은 없다. 어느 대책을 내놓든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

참여정부는 당시로선 역대 최강급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실패했다. 다른 말을 듣지 않고 외길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8.2대책의 맹점 중 하나로 공급 누락을 꼽는다.
또 거래절벽이 시장 경착륙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 대통령은 "신혼부부, 젊은 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많은 정책을 준비 중이고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나올 정책엔 시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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