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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질문기회 놓치자 곳곳서 탄식.. 사전각본 없는 기자회견 실현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7 17:45

수정 2017.08.17 21:58

기자회견 현장 스케치.. 시간제약에 사드 질문 못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내외신 기자 216명과 청와대 참모진 50여명이 참석, 65분간 이뤄졌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내외신 기자 216명과 청와대 참모진 50여명이 참석, 65분간 이뤄졌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제 더 이상 손 드셔도 소용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분께 질문(기회) 드리겠습니다."

한 손을 높게 든 기자 수십명을 둘러보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입에서 15번째 질문자의 이름이 호명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것으로 65분간의 기자회견은 끝났지만 취재진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원활한 진행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질문지와 질문순서를 사전에 공유했던 과거 대통령 기자회견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청와대가 공언했던 '사전 각본 없는 자유로운 기자회견'이 어느 정도는 실현된 모양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무대를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둘러앉은 기자들은 청와대 참모진과 대화를 나눴다.

시계가 오전 11시를 가리키자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고 200여명의 취재진은 박수로 대통령을 맞이했다. 무대에 선 문 대통령은 짧은 모두발언을 했고, 곧이어 본격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대통령님 긴장되시죠"라는 윤 수석의 농담에도 문 대통령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외교안보와 정치, 경제, 사회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문 대통령은 찬찬히 답변을 해나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환한 웃음을 보인 건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35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딱딱한 문답이 오가던 와중에 한 기자가 "떨리지 않느냐. 나는 너무 많이 떨린다"는 애교 섞인 고백을 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환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5개의 질문에 막힘 없이 답변했다. 다만 시간제약이 있는 탓에 굵직한 현안 위주로 질의가 나오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인사 실패 논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의 문제는 미처 다뤄지지 못했다.
또 보수색채가 짙은 언론사들이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청와대가 답변하기 어려운 매체를 골라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임종석 비서실장을 향해 '수석비서관 기자 전화응대 금지령'을 풀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이 줄을 이었다.


임 실장은 "정말 바빠서 못 받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취재진의 성화에 못이긴 장하성 정책실장이 임 실장에게 "이제 전화를 받아도 되겠느냐"고 너스레를 떨면서 기자들의 아우성이 커졌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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