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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춤·음악·화려한 무대… 주연·조연 모두가 빛나는 '대중적 뮤지컬'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7 19:43

수정 2017.08.17 19:43

1996년 국내 정식 라이선스 제작.. 국내 캐스트로 공연된지 21년째
1930년대 美 뉴욕을 배경으로 무명 배우들의 노력.성공기 다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전형적'이라는 단어는 평소 그리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는 편이다. 새로운 것이 없는, 바로 앞의 수가 훤히 보일 때 종종 이 말을 쓰곤 한다. '진부함'을 비롯해 '뻔하다'는 단어와도 참 잘 어울린다. 그런데 최근에 본 뮤지컬 하나가 이 '전형적'이라는 단어의 뉘앙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바로 '브로드웨이 42번가'다.

1980년 미국 뉴욕 윈터가든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도 꽤 일찍 들어왔다.
공식적인 루트를 거치지 않은 해적판 뮤지컬이 난무하던 1996년, 국내 최초로 정식 계약을 통해 라이선스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국내 캐스트로 공연된 지 21년째,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소개된 첫 뮤지컬이나 다름없다 보니 종종 '뮤지컬의 바이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컬에 대한 고정관념이 시작된 공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뮤지컬의 본고장에 대해 생각하면 너무도 자연스레 브로드웨이를 떠올리게 된 것도 어쩌면 이 작품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브로드웨이보다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뮤지컬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막이 천천히 오르면서 탭댄스를 추는 배우들의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이 한 차례 휩쓸고 간 미국 뉴욕이다. 이때도 생존의 문제는 참 치열했다. 불황의 그늘이 진 공연계에서 '프리티 레이디'라는 작품으로 재기하려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와 그의 공연에 참여하려는 수많은 무명의 배우들, 그중에서 시골 출신의 신출내기 페기 소여가 스타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노력과 도전, 성공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엔 오해도 받고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타고난 긍정적인 마인드에 재능까지 뛰어나 결국 모든 이들이 그녀를 사랑하고 성공의 반열에 오르도록 돕는다.

뮤지컬 무대를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여기저기 화려한 의상과 쇼가 돋보이는데 어릴 적 외국 영화에서 많이 본듯한 쇼, 캬바레의 이미지가 그대로 되살아난 느낌이어서 익숙하면서도 신난다.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화려한 조명과 무대 그리고 신나는 춤과 음악 등 성공 요소가 적절하고 탄탄하게 배치된 전형적인 공연이어서 오히려 적당히 실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즐기기에 무난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주목할만한 점은 다른 공연에 비해 앙상블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가끔은 그 빛이 주변의 배역들에게도 고르게 비춰지기도 하는데, 꿈을 좇아 달려가는 우리 주변의 젊은이들의 모습과 맞닿아 있어 그들의 작은 에피소드에 공감이 간다. 공연은 10월 8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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