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조급한 美 "FTA 즉시 개정".. 느긋한 韓 "효과 분석부터"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8 18:00

수정 2017.08.18 18:00

한.미 FTA 특별회기 22일 서울서 첫 협상
개정여부 결정하는 이번 만남, 强대强 기싸움 예고
우리측 "사실 확인이 우선… 방어적 대응 방식 탈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18일 오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오는 22일 서울에서 개최한다. 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18일 오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오는 22일 서울에서 개최한다. 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착수를 위한 협상이 시작된다. 첫 협상은 오는 22일 서울에서 열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우리 측에 요청(7월 13일)한 지 37일 만이다. 재개정을 이유로 양국이 만나는 것은 한.미 FTA 발효(2012년 3월 15일) 이후 5년5개월 만이다. 보호무역 기조로 FTA 개정 의지가 강경한 미국과 방어적 입장에서 공세적 기조로 전환한 우리 측은 첫 만남부터 신경전이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서 '한.미 FTA 특별회기' 첫 회의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정부가 요구한 한.미 FTA 공동위 특별회기를 USTR와 협의해 서울에서 22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측 수석대표는 우리측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로버트 하이저 USTR 대표다. 하이저 대표는 이번에 방한하지 않고 김 본부장과 영상회의를 한다. 이날 양측 통상대표가 영상회의로 만나지만 트럼프 정부가 줄기차게 시비를 걸며 개정을 요구해온 'FTA 개정' 착수협상이 공식 개시됐음이 선언되는 자리다.

이후 고위급 대면회의가 진행된다. 우리측 산업부 강성천 통상차관보, 여한구 통상정책국장 등 실무진과 미국 측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비서실장, 마이클 비먼 대표보 등이 마주 앉는다.

이날 '킥오프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 것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우리측 기조를 잘 보여준다. 당초 미국 측은 워싱턴DC에서 만나자고 못 박았는데 양자 간 FTA 협정문에서 '개정을 요구받은 국가에서 협상을 하는 규칙대로 하자'는 우리측 주장(서울 개최)이 관철된 것이다. 김 본부장도 지난 4일 취임 당시 "협정문에 그렇게 돼 있지 않은가. (요청받은 국가에서 개최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서울 개최 원칙을 지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찬기 미주통상과장은 "우리 정부의 조직개편이 완료된 이후 가까운 적절한 시점에 FTA 공동위원회를 협정문 규정에 따라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간 양국 간 협의를 거쳐 이번에 일시와 개최 장소를 확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FTA 개정 착수 전 '강대강' 기싸움

이번 만남은 형식상으론 FTA 개정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다. FTA 개정은 양자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상대국의 개정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반드시 개정에 합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정부가 FTA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터라 USTR는 이번 만남 때 FTA를 즉시 개정하고, 무엇을 개정할 것인지 얘기를 꺼낼 게 확실시된다. 이때부터 양측의 기싸움은 본격화한다.

우리 측은 다급하지 않다. 김 본부장은 취임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은 이익의 균형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은 가능하지도 않고, 유지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대방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수세적·방어적 자세로 대응하지 않겠다. 기존의 예측 가능한 대응방식을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FTA 개정에 앞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보자는 것이다. 한.미 FTA 발효 이래 지난 5년간 미국이 손해만 본 게 아니고 한국의 대미투자(2012년부터 5년간 369억7000만달러), 서비스수지(미국 2016년 101억달러 흑자) 등에서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다. 이 때문에 FTA 개정협상 착수 전에 미국이 말하는 대로 FTA가 자국에 불리했는지, 무역적자의 주범인지 등 'FTA 효과'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자는 것이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렇게 제안했다. 여 통상정책국장은 "FTA 시행 효과를 공동으로 조사·분석·평가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이번에 만난다고 개시되는 게 아니다. 우리 측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통상조약 체결계획 수립(대외경제 장관회의)→국회 보고' 등 여러 절차를 거쳐 개정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된다.

개정 본라운드가 개막하면 미국은 그간 한국에 비해 불리하다고 시정을 요구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비규제 등 비관세 수입장벽 철폐, 쇠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 관세 조기 철폐, 법률.제약시장 추가 개방, 부품 원산지규정 강화, 지식재산권 침해 감시 강화 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일자리 확대 및 자동차 등 제조업 부활을 위한 주요 수단을 FTA 개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시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협상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측도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 남용 방지를 비롯, 트럼프 정부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과도한 반덤핑 수입규제 금지 등 교역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조항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