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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선박 전파교란, 우리 기술로 막는다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0 17:08

수정 2017.08.20 17:08

[차관칼럼] 선박 전파교란, 우리 기술로 막는다

1997년 개봉한 007시리즈 영화 '네버다이'에서는 외부 세력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중국 영해에 들어가게 된 영국 군함이 침몰하면서 벌어지는 중국과 영국 간의 일촉즉발의 상황들을 그려냈다.

그 당시만 해도 영화 소재에 불과했던 GPS 교란은 최근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으로부터 4차례 GPS 전파교란 공격을 받아 선박과 항공기 운항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GPS로 대표되는 '위성항법시스템'은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신의 위치와 속도,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바다는 육상과 달리 방향을 표기할 만한 지표가 드물고, 암초 등 위험요소가 많아 오래전부터 항법시스템이 발달해 왔는데 선박운항에 GPS가 도입되면서 그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위성항법시스템은 지상에서 약 2만200㎞가량 떨어져 있는 인공위성에서 신호를 송출하기 때문에 신호가 다소 미약해 다른 신호에 의해 쉽게 간섭될 수 있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미국 내 GPS교란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손실이 2011년 기준 연 960억달러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즉, GPS 교란이 국가 안보 및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큰 손실을 초래하는 불안요소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GPS에 비해 출력이 높아 전파 교란이 어려운 '지상파항법시스템'의 원리를 활용해 GPS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 개발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

'Loran-C'로 대표되는 지상파항법시스템의 경우 과거 선박운항에 주로 사용됐지만 오차범위가 최대 460m에 이르는 등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상파항법시스템의 최대 단점인 오차범위를 20m이내로 획기적으로 줄이고, 보다 안정적이고 정밀한 시간정보 제공 기능을 갖는 새로운 버전의 지상파항법시스템인 'eLoran'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2019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부터 시범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제도적 기반도 구축 중에 있어 지난 6월 인천에서 개최된 제64차 IALA(국제항로표지협회) 이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eLoran 서비스 제공에 관한 권고 및 지침'이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eLoran 기술개발은 외부로부터의 전파교란에 대비해 어선, 상선, 군함 등 우리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돕기 위해 시작됐지만 여기 더해 국가 안보시설 및 산업시설 전체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GPS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GPS의 위험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eLoran 기술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부터 을지훈련이 시작된다. 과거에는 최신 화기를 갖추었는지 여부가 강한 국방력의 척도였다면, 앞으로의 시대에는 정보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국가 안보를 좌우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새롭게 개발 중인 eLoran 기술이 우리 선박의 안전운항뿐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 국방.산업의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감당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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