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한·미 FTA 협상, 美 우호세력 활용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1 17:17

수정 2017.08.21 17:17

상호 이익 입증할 자료 넉넉.. 소극적 태도 가질 이유 없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양국 공동위원회 첫 회의가 22일 서울에서 열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동위 개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 협상을 위한 사전 절차로서 개정의 필요성 및 의제 범위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의 개정 협상 요구를 뿌리치기는 어려운 만큼 사실상 협상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다.

우선 미국 측의 주장과 요구가 타당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미국은 대한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이 한·미 FTA가 불공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끔찍한 거래'라고 불렀다.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인 분야로 자동차와 철강을 지목했다. 이 두 분야는 대미 교역에서 우리가 많은 흑자를 내고 있는 품목이다. 향후 미국 측의 공격이 자동차와 철강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자동차는 지난해 대미 수출 규모가 155억달러로 무관세가 폐지된다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미리부터 겁먹을 이유는 없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과의 교역에서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추구해 왔다. 이는 미국 측의 자료로도 입증이 된다. 미 상무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지난 5년간 세계 교역량은 12% 줄었지만 한.미 간 교역량은 반대로 12% 늘어났다. 한국의 수입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미 FTA가 없었다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280억달러(2015년 기준)에서 440억달러로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요컨대 미국은 한.미 FTA의 공동 수혜자다. 한국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누린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한.미 FTA의 피해자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미국에 대해 한.미 FTA가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곡물협회 등 개정에 반대하는 미국 내 우호세력과 연대하는 여론전도 필요하다. 우리측 취약분야인 서비스 적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의 문제도 제기해야 한다.

이번 협상은 하등 꿀릴 게 없는 협상이다. 통상협상은 말로 하는 전쟁이다.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하며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니는 협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공동위 서울 개최를 관철한 것은 잘한 일이다. 국제무대에서 노련한 협상가로 알려진 김현종씨가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돼 협상을 지휘하게 된 것도 다행이다.
협상팀은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