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대형IB' 경제논리도 들여다봐야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증권업계도 깜짝 놀랐고, 확대 해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이런 말씀 드리기도 조심스럽네요."(한 증권사 관계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삼성증권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초대형 투자은행(IB)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한 뒤 증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초대형 IB 후보 증권사들은 모두 최대주주의 적격성이나 제재 전력 등에서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다.

금융위가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한 근거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법률이다.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최다출자자 1인을 최대주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을 0.06% 보유한 특수관계인이다. 금융위가 세밀하게 적용한 법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법인의 주요 경영사항을 지배하는 자가 있다면 그를 최대주주로 포함한다는 항목이다. 금융위는 지난 7일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로부터 12년형을 구형받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받았다. 금융위는 이 부회장이 오는 25일 1심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인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위의 엄격한 법 적용에 지난해부터 자기자본을 증자하거나 다른 증권사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초대형 IB 후보 증권사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금융위의 법 적용이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졌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직접 추진한 초대형 IB 육성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시장에서 나온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한 정치인은 "우리나라엔 실정법 위에 정서법이 있다"면서 "문재인정부가 탄생하고 재벌 개혁 문제가 국민 정서적으로 예민한 상황에서 정부는 비판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의 전문가는 이를 정치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가 상충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국민 정서는 이 부회장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초대형 IB 시장 환경 조성은 지금이 적기다. 금융위는 현재 정치적 논리에 손을 들었지만 초대형 IB 출범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면 모멘텀을 실어줄 수 있는 의사결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