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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이러다 재정절벽 닥칠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2 17:09

수정 2017.08.22 17:09

[여의나루] 이러다 재정절벽 닥칠라

새 정부 수립 후 100여일 경과됐다. 새 정부가 발표한 각종 복지정책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복지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지 생각해보면 불안감이 앞선다. 공무원 17만명 증원, 65세 이상 고령자 기초연금 인상, 소규모 중소기업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분 정부지원, 건강보험의료비 재정지원 대폭 확대, 6세 이하 아동수당 신설, 탈원전에 따른 추가에너지 비용, 사병 월급 인상 등 지난 정부에서 돈이 없어서 못했던 사업을 일시에 추진한다. 복지공약을 보면 과거 정부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엄청난 장밋빛 복지비용을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경제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고령인구가 급증하면 복지비용은 급증하고,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으로 잠재성장력은 떨어지므로 세금은 적게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더욱이 복지제도는 도입 초기는 부담이 작더라도 세월이 갈수록 증가율이 커지므로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재정상황을 추산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재정전망을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연구원 등 연구기관에 추계토록 해 미래의 재정절벽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정부 발표대로 복지지출이 증대되면 소득이 향상되고, 소비가 살아나고, 투자가 살아나고, 경제가 성장하고, 세금이 더 들어온다는 선순환 시나리오를 기대하기가 불안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6년 2만달러에 진입한 이래 계속해 11년째 2만달러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500달러로 전 세계 국가 중 46위이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 달성에 소요기간이 4년 내지 7년밖에 안 걸린 점을 볼 때 우리의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지금 우리의 경쟁국가인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은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복지향상과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 강화와 성장정책을 '후순위'로 할 경우 2만달러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염려된다. 경제성장이 침체되면 세금이 안 걷히고, 세금이 적게 들어오면 복지비용은 나라가 빚을 내서 지출해야 한다.

개인, 가정이나 기업이 자기 수입을 넘어서 빚을 통한 방만한 운영으로 부도가 나면 그 피해는 자녀와 가족들, 실직되는 근로자가 부담하게 된다. 나라 살림도 역시 들어오는 세금 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수준에 안 맞는 복지확대로 국가재정이 절벽에 처하게 되면 미래의 부담과 고통은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한때 세계 10대 강대국가였던 아르헨티나, 2000년대 초까지 건전한 재정상태를 유지했던 그리스가 정치지도자들의 포퓰리즘 복지확대로 지금은 3류 국가로 전락했고, 죄도 없는 수많은 중산 서민층이 정부의 방만한 복지혜택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대법인과 고소득자 증세를 통해 매년 약 5조5000억원을 증세하고, 매년 10조원씩 자연증가 되는 세금으로 복지비용의 충당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매년 10조원의 증가세금이 일시적인지, 계속 증가될지 매우 불확실하다.
미래의 '재정절벽'을 예방하기 위해 따뜻한 복지와 함께 냉철한 이성으로 중장기 재원조달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조세감면제도를 신규 도입하는 경우 2년, 3년 후 계속 지원 여부를 평가하는 '조세감면 일몰제도'가 있다.
이번에 확대되는 복지제도는 향후 지속 가능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조세감면제도처럼 3년 또는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일몰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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