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친환경도 못믿어" 먹거리 불안 확산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2 17:17

수정 2017.08.22 18:57

"비싸기만하고 믿음 안가" 친환경 인증 불신 늘어나 살충제 계란 사태 2주만에 대형마트 계란 매출 급감
동물복지제품 판매량 18%↓
22일 낮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마트 친환경 신선식품 코너가 찾는이의 발길이 끊긴 채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오은선기자
22일 낮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마트 친환경 신선식품 코너가 찾는이의 발길이 끊긴 채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오은선기자

"친환경 제품이요? 살충제 계란 사태 이전에 비해 찾는 고객이 확연히 줄었어요."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최모씨는 22일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쓰인 코너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친환경' 계란에서까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며 친환경 농산물 코너를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곳에서 대파를 고르던 주부 김모씨(53)는 들었던 대파를 이내 내려놨다. 김씨는 "비싸기만하고, 최근의 논란을 보면 친환경이라고 딱히 믿을만한 것 같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친환경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 피프로닐에 이어 농약 성분으로 알려진 DDT성분까지 추가 검출되면서 불똥이 친환경 제품 전반으로 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전수조사 과정 중 전국 1239개 달걀 농가 중 52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으며 이 가운데 친환경 인증 농가가 38곳에 달했다. 건강을 생각해 좀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찾던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뭘 먹어야 하나"... 먹거리 불안 확산

헬스트레이너 이상민씨(32)는 당분간 계란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직업상 계란을 자주 구매한다"고 말한 이씨는 "건강해지려고 좋은 제품을 일부러 찾아 먹는데, 더 몸이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친환경 인증이 된 계란만 구매했었다는 주부 김모씨(55)역시 "친환경 제품이라고 믿고 구매했었는데 배신감이 크다"며 "뭘 믿고 사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불신은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계란의 경우 살충제 계란 사태 직전인 2주전과 비교해 이마트는 지난 6일간 44.7%, 롯데마트도 15일 이후 일주일간 40% 넘게 감소했다. 밀집형 사육으로 인한 살충제 달걀의 대체품이라고 알려진 동물복지 계란이 주목받고 있지만 역시 매출 절벽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동물복지 계란의 16일에서 21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사태가 발생전인 2주 전과 비교해 18.5%나 줄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초 동물복지 제품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었지만 앞으로 사태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친환경 제품'도 매출 부진

유통업계는 살충제 계란 파문이 동물복지 계란에 이어 다른 친환경 제품으로 확산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체상품(PB) 상품 중 살충제 성분이 들어간 계란이 검출된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거래하는 47개 농장 중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은 2곳 뿐"이라며 "농장 이름 대신 마트 이름이 반복되어서 나오니 다른 품목으로도 소비자들의 불신이 번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경우 친환경 제품인 '올가닉' 제품의 매출이 2주 전과 비교해 7%정도 줄었다. 이 마트 관계자는 "친환경에 대한 불신 때문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올가닉' 제품의 연간매출이 계속 성장중인 것에 비하면 매출이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동물복지 계란이 완판되는 등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받는 풀무원은 "동물복지 계란의 판매가 늘긴 했지만 전반적인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분간 이런 심리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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