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총수 없는 대기업 노렸지만 성공하지 못한 '신의 한 수'

이해진 네이버 지분 11만주 블록딜 실패
실적.주가 부진한데다 할인율도 2.3% 그쳐 투자매력 더 떨어진듯.. 블록딜 재시도 가능성 커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이 보유 중인 네이버 지분 중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장 종료 직후 이 전 의장은 보유 중인 네이버 지분 11만주(0.3%)에 대한 기관 블록딜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이번 블록딜 매각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가 맡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네이버와 각각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호 매입한 백기사다.

애초 주관사가 제시한 한 주당 할인율은 전일 종가(78만1000원) 대비 2.3%가 적용(76만3037원)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블록딜은 실패로 돌아갔다. 블록딜에 성공할 경우 이 전 의장은 839억원의 뭉칫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지분매각 배경에 대해 "창업자 개인의 사생활"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IB업계에서는 의미있게 바라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4분기 라인 실적의 하락, 모바일 쇼핑, 광고시장 성장 둔화로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내놨다. 대신증권은 2018년 네이버의 국내성장률이 11%, 라인은 성장률이 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2.3%의 고정 할인율이 예상보다 낮은 데다 최근 실적·주가도 부진해 지분 원매자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무엇보다 내달 공시대상 기업 포함을 앞두고 있는 점도 기관들이 지분 매입을 꺼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가 다음달 공시대상 기업 포함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최근 이 전 의장이 공정위에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공시대상 기업에 포함되면 대규모 거래와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시해 시장 감시를 받게 된다. 또한 개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받을 경우 회사의 잘못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규제까지 받는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해진 전 의장의 동일인 지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업자인 이 전 의장 지분이 5% 미만(4.6%)이기 때문에 지배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후 라인 등 신사업에 매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이 전 의장은 유럽에서 신사업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이 네이버 의장직을 내려놓고 유럽으로 떠났고, 이후 라인도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상장까지 마무리 지었다"며 "최근 네이버랩스(네이버의 기술개발 자회사)가 인수한 AI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할 때도 이해진 전 의장이 직접 움직여 M&A를 성사시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창업자의 지분 매각 불발은 신사업 유동성 발목을 잡는 동시에 향후 주가엔 단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창업자인 이 전 의장이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네이버의 오버행으로 인식돼 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1차 지분 매각은 불발에 그쳤지만 이 전 의장이 추후 블록딜 재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