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文정부와 '허니문 랠리'

임기초 높은 지지도에 취해 정의를 독점하려 해선 안돼
진짜 탕평.협치 재충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정 지지도는 80% 안팎으로 고공비행 중이다.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율과 비교하기 위해 한국갤럽의 아카이브를 들춰봤다. 김영삼 전 대통령(83%)만 유일하게 문 대통령(78%)보다 근소하게 지지도가 앞섰다.

이는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 소통 행보가 크게 어필한 결과로 보인다. 그간 위안부 할머니, 세월호 유족,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과 만날 때 보여준 공감능력 덕분이다. 물론 전임 박근혜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바닥을 친, 일종의 기저효과에 힘입었다는 얘기다.

임기 초 높은 지지도가 개혁의 동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으로 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의 전적인 동의를 뜻하는 건 아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다수가 부동산대책이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에는 고르게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탈원전, 증세, 최저임금 인상 등 다른 정책실험들에 대해선 긍정.부정이 크게 엇갈렸다. 얼마 전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문재인정부를 평가하면서 "70점까지 떨어졌는데 앞으로도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외교문제에 미국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라는 근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가변적 여론이 기준이라면 틀린 전망도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취임 초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일제 유산인 중앙청 철거, 군내 사조직 하나회 척결,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 큰 비용은 들지 않지만 여론이 받쳐주는, 개혁의 칼을 휘둘렀을 때가 그랬다. 하지만 아들과 측근 비리에다 자본시장 개방 등 경제실험이 국가부도 위기로 이어지면서 지지도는 곤두박질쳤다. "영광의 순간은 짧고 고뇌의 시간은 길었다"고 탄식한 임기 말 그의 지지도는 6%였다.

새 정부와 국민 간 '허니문'이 끝나려는 시점이다. 이제부터는 갈등을 최소화하며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때다. 반면 개혁 도정은 지뢰밭일지도 모르겠다. 청와대 앞길 24시간 개방,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등을 여론의 호응 속에 밀어붙일 때와는 다른 환경일 게다. 더욱이 여소야대 국면이다. 100대 국정과제 대부분 야당의 입법 협조를 얻지 못하면 공수표가 될 수밖에 없다. 감성적 여론몰이로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법하다. 국민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지 않으면 갈채는 잦아들게 마련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자주 시민과 셀카를 찍고 참모들과 커피잔을 들고 산책을 하더라도….

무엇보다 정의를 독점하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그런데도 몇몇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댄다. 지난 정부 때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자금 수수 유죄판결을 '사법 적폐'로 몰아붙이는 여권의 태도를 보라. 문 대통령도 취임 100일 회견에서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탕평.통합적 인사라고 국민들이 평가한다"고 했다. 하지만 위장전입 등 대선 공약인 공직배제 5대 원칙을 몇 가지씩 위반한 인사들을 줄줄이 각료로 임명하지 않았나. 오죽하면 참여정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유인태 전 의원조차 이런 코드인사에 "벌써부터 상당히 오만한 '끼'가 보인다"고 했겠나.

응답률이 불과 5.2%라는 여론조사도 있다는데 높은 지지율에만 취할 일도 아니다. 새로운 개혁 동력을 찾아야 한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이제부터라도 정파를 떠나 최고로 유능하면서도 깨끗한 인사를 찾는 탕평인사를 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질적 협치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