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복지 확대, 부정수급부터 막아야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4 16:58

수정 2017.08.24 16:58

[데스크 칼럼] 복지 확대, 부정수급부터 막아야

직장인이라면 연말이나 연초, 한번쯤은 슬쩍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무슨 공포영화 제목 같다. '정부는 지난해 네가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보면서 불쑥 떠오르는 생각이다. 지난 한 해 신용카드를 이용해 무엇을 사고 어떤 서비스를 받았는지, 택시는 몇 번 타고 술집은 몇 번 갔는지, 현금은 어떻게 사용했는지, 이 시스템은 너무나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의료서비스는 무엇을 받았는지, 교육은 받은 적이 있는지 등등…. 나의 일년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여기에 부동산 소유 및 거주 정보, 금융거래정보, 입.출국 기록, 가족 관계 등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데이터를 연결할 경우 개인에 대한 정보망은 거미줄처럼 촘촘해진다.

하지만 거미줄 같은 정부의 정보망도 무용지물이 되는 곳이 있나 보다. 아니면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거나, 특히 자영업자 정보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일 수도 있겠다.

정부가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예산을 늘릴 때마다 도돌이표처럼 강조하는 게 있다. 부정수급자를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이 막지 못한다더니, 제도의 허점을 노린 부정수급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결국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줄 새면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수일 전 방송 보도를 통해 나온 뉴스는 많은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들릴 때마다 혀를 끌끌 차게 된다. 저소득층을 위해 마련한 영구임대주택에 고가의 외제 차량이 즐비하다는 뉴스였다. 서울 서초구의 한 영구임대주택 단지가 취재대상이 됐다. 서울 강남 3구에 위치한 이 임대주택은 보통 임대주택보다 입주조건이 까다로운 영구임대주택으로 보증금은 250만원 안팎, 임대료는 한 달에 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기초수급자에게만 입주자격이 주어지지만 이 아파트 단지에서 고가의 외제 차량이 다수 발견됐다. 보유한 차량 값이 2522만원을 넘으면 영구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박탈되지만 이들은 차명 등을 통해 규제를 비켜갔다.

다른 사례도 많다. 올해 1월 조세재정연구원이 2014년 주거실태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장기공공임대주택 5채 중 1채에 월평균 소득 430만원이 넘는 중산층이 살았다. 이들 중에는 소득 10분위에 해당하는 연간 소득 1억2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도 있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건축업체를 운영하는 모씨가 2012년 1월부터 3년6개월 동안 매달 고액의 소득이 있었음에도 이 기간 정부로부터 기초생활급여 2860만원을 받은 사례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밖에 소득을 숨기고 교육지원금 등을 타내는 사례 등도 수없이 많다. 정부의 촘촘한 정보망도 이런 사람들을 걸러내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민 복지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소득 주도 경제성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그 취지에 공감한다. 다만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예산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복지 전달체계의 뼈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복지 확대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연말정산에 쏟는 노력 정도라면 줄줄 새는 복지예산을 막을 수 있는 정보망 구축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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