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北·美 직거래시 발생할 ‘코리아 낫싱’


최근 미국과 북한이 각각 군사옵션 언급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북·미 관계의 호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우리나라의 북핵 테이블 논의 배제(exclude)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집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 북·미 관계 호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언급하면서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나는 존중한다"며 이례적으로 '존중'이란 표현까지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저한 비즈니스 스타일을 감안할 때 존중 발언은 외교적 수사라 할지라도 파격에 가깝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노' '화염' 등을 운운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존중'까지 극에서 극을 오간 셈이다.

어쨌든 북·미 대화는 외견상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이 '대북 군사옵션'과 '미국령 괌 포위사격'이라는 험한 말을 주고받을 때부터 이미 대화를 통한 출구전략 찾기는 예고됐다고 본다. 극한의 갈등은 아이러니하게도 '데탕트'(detente.프랑스어로 '긴장 완화'라는 뜻)로 가기 위한 '필연적 여정'쯤으로 인식된다.

문제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다. 문 대통령이 최근 외교.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대북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주문했지만 북·미 간 대화 임박은 코리아 패싱 우려를 낳는다. 아예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코리아 낫싱'(Korea Nothing)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만약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중단과 핵동결을 고리로 미국과 직접대화를 통해 '직거래'한다면 우리로선 대북문제 해결에 있어 '운전석'은 커녕 '조수석'도 어렵다.

북한이 혈맹 관계였던 중국을 외면한 채 오히려 중국을 북·미 간 직거래의 희생양으로 삼을 경우 북한을 한반도 힘의 균형상 지렛대로 삼아온 중국도 '멘붕'에 빠질 수 있다. 극단의 경우 미국이 북한과 직거래를 통해 주요 2개국(G2)으로서 패권을 다투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물론 경기 평택에 아시아 최대 미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와중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미 간 굳건한 혈맹 관계와 양국이 경제분야를 비롯해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끈끈하게 얽혀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어림없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 제의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면서 미국과 직거래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북한과 입으로는 굳건한 한·미 공조를 말하는 미국만 바라보는 '외교적 망부석'이 돼선 안 된다. 이 시점에서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는 상황" "굳건한 한·미 공조를 통해 대북문제 해결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만 외치는 정부 당국자의 목소리가 왜 이리 공허하게 들리는지 곱씹어볼 때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