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갈림길에 선 삼성] 핵심물증 없는 ‘이재용 재판’.. 특검도, 삼성도 명운 달렸다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4 17:46

수정 2017.08.24 17:46

25일 1심 선고 ‘운명의 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가 이 부회장 구속 190일째인 25일 내려진다. 삼성 측의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을 둘러싼 뇌물죄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가운데 유무죄에 대한 법조계 전망은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뇌물죄 인정 여부가 관건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가운데 형량이 가장 무거운 것은 재산국외도피 혐의다. 특검이 주장한 77억원이 모두 인정되면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최저 형량의 2분의 1까지 낮추는 작량감경(법관 재량의 형 감경)을 받아도 징역 5년이다.
이에 비해 액수에 따른 가중처벌 규정이 없는 뇌물공여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특검이 주장한 뇌물공여액은 정유라씨 승마지원 명목으로 지급된 78억원(약속 금액 135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및 미르.K스포츠재단에 건네진 220억원이다. 그간 특검과 삼성 측은 53차례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뇌물죄 유무죄 여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공방을 펼쳐왔다.

특검의 공소사실은 이 부회장이 회삿돈으로 뇌물을 건네면서 횡령 혐의가 붙고 이 금액 중 일부가 최씨가 있는 독일로 간 뒤 정유라씨의 '말(馬) 바꾸기' 등으로 세탁되면서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가 추가되는 구조다.

따라서 '뇌물' 혐의가 무너지면 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횡령이나 재산국외도피 등 다른 혐의들도 줄줄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 신빙성 판단이 좌우

법조계는 물증 등 뚜렷한 핵심 증거가 나오지 않아 뇌물죄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재판부가 양측의 어떤 진술을 믿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 내내 박 전 대통령의 질책에 지원을 지시했을 뿐 정씨는 물론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도 몰랐다며 강요에 따른 피해자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특검은 당초 수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안종범 수첩'을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뇌물을 주고받기로 약속한 핵심증거라며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내용을 급히 적어 수첩 내용에 자신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 지시를 내린 사실도 없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도 이 부회장 혐의 입증에 증거로 쓸 수 있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수첩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수첩에 '그런 기재 내용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 인정한다는 취지로 재판에 참고할 정황 증거로 채택했다.


이처럼 뚜렷한 물증 없이 사람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진술한 '전문(傳聞)증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유무죄 인정 여부는 결국 재판부가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정황증거(진술증거) 및 진술 가운데 어느 것을 받아들일지에 달렸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심공판에서 재판부가 '심증을 대부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밝힌 부분은 이 부회장의 유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여겨진다"며 "재단 출연 부분은 무죄가 예상되지만 우회적인 승마지원과 국회 위증은 유죄 인정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뇌물죄 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입증됐는지 명확지 않아 보인다"면서 "전날 선고공판 생중계를 불허한 점 역시 특검 구형에 못 미치는 형량이나 사실상 무죄에 가까운 형을 선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에 대한 '신상털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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