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 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 '거대한 숲속 작은 정원' 모험이 시작되는 그곳…

지령 5000호 이벤트

(11)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 세계적 설계자 코스 디자인
오픈 기념 송시까지 남겨.. 깊은 계곡, 호수, 야생화… 한폭의 그림같은 코스지만 클럽 감길 정도로 러프 깊어 라운딩내내 골퍼들 진땀

레인보우힐스 언덕

굽이굽이

라운드하는 우리 곁에

봄의 꽃이 흐드러졌네

페어웨이 굽이쳐 흐르고

시냇물 바위를 어르고

산은 탑처럼 우뚝한데

벙커는 놓아주지 않으려 하네

여름날 한낮의 기나긴 즐거움

세찬 빗줄기 따가운 햇살

가을무지개 환상곡을 노래하고

겨울 차디찬 백설 위에

긴 그림자 드리우네

사시사철 플레이가 힘겨워

이제 코스를 닫으려 하나

그녀는 놓아주지 않으려 하네

볼을 쳐올리고

보드라운 그린 위에 퍼팅하며

레인보우힐스

그 길들여지지 않을 코스를

영원히 사랑하리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송시
세계적인 코스 디자이너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직접 설계로 지난 2008년 회원제로 개장, 운영하다가 올 1월부터 대중제로 전환한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 전경.

【 음성(충북)=정대균 골프전문기자】 발아래로 펼쳐지는 몽환적 광경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찔한 높이에 현기증이 들면서 간이 콩알만해진다.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크리크(작은 운하)가 흐르고 오른쪽은 대형 호수다. 캐리로 180m를 날리면 크리크 넘어 페어웨이에 티샷이 안착되지만 '아이언으로 잘라 가야 한다'는 유혹을 쉽게 떨쳐낼 수 없다. 하지만 그럴 경우 그린까지 상당한 거리가 남게 돼 두번째 샷 때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고민 끝에 과감하게 드라이버를 빼든다.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산 넘고 물 건너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가져다 주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안전 위주로 가느냐, 모험을 하느냐는 기로에서 순간적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네 인생사의 판박이다.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CC의 시그니처홀인 동코스 3번홀(파4), 이른바 '한반도홀'이다.

■27개홀 전체가 시그니처홀인 명코스

비단 이 홀 뿐만 아니다. 이 골프장은 동, 서, 남 3개 코스 27개홀 모두가 골프장을 상징하는 '시그니처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 디자인은 세계적인 코스 설계자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맡았다. 은퇴한 뒤 UN자선기금에서 활동하던 존스 주니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코스를 만들겠다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삼고초려에 고집을 꺾지 않을 수 없었다.

존스 주니어는 처음엔 산악지형 설계 경험이 없다는 핑게로 계속 고사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필요하다면 계곡을 다 메워주겠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당신이 직접 설계해달라. 그리고 어떤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존스 주니어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오늘의 레인보우힐스CC가 탄생하기까지는 김 회장의 명문 코스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한 몫을 했다. 그는 명문 코스의 요건으로 첫째 세계 최고의 코스 설계자에게 설계를 맡겨야 하고, 둘째 그 설계자의 의견을 100% 존중해야 하며, 셋째 최고의 홀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적합한 부지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비록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 갖고 있었다.

그러니 존스 주니어로서는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던 그가 2008년 3월 그랜드오픈을 기념해 송시(頌詩)를 남긴 것에서 이런 사정을 가늠할 수 있다. 전세계 240개 골프장을 설계한 존스 주니어가 자신이 디자인한 골프장을 위해 시를 남긴 것은 레인보우힐스CC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의 설계 콘셉트는 14개의 골프클럽을 모두 사용해 다양한 샷을 구사하는 것이었다. 이 골프장이 27개홀 모두 시그니처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이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18홀 코스의 시그니처홀이 2~3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나다. 그러니 그가 자신이 만든 작품에서 느낀 감동은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존스 주니어는 "내 생애 처음으로 내가 설계한 골프장에 송시를 헌정했다. 그것은 레인보우힐스CC에 대한 나의 사랑을 길이 남기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페어웨이가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한반도홀'로 불리는 레인보우힐스CC 동코스 3, 4번홀.
■10타는 더 나오는 난도가 매력

레인보우힐스CC의 총면적은 54홀 규모의 코스를 만들어도 충분한 287만6033㎡(약 87만평)이다. 여기에 27홀만 조성했으니 쾌적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코스 내에 인공 구조물이 전혀 없다. 한 마디로 자연 그대로의 경치를 즐기도록 설계됐다고 보면 된다.

남, 서 코스는 다소 거친 레이아웃으로 남성적 분위기인 반면, 동 코스는 마치 숲속의 거대한 정원 같은 느낌이다. 곳곳에 아름다운 폭포와 계단식 호수가 자리하고 있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색다른 골프의 묘미를 더해준다. 코스와 어우러진 깊은 계곡과 산세, 그리고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야생화들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페어웨이는 한지형인 켄터키 블루그라스, 러프는 톨페스큐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레귤러온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클럽이 감길 정도로 러프가 깊기 때문이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업다운이 심하다. 화이트 티잉그라운드 기준으로 전장은 그리 길지 않다. 파4홀에서 원온, 파5홀에서 투온을 노려볼만한 홀도 여럿 있다. 물론 무조건 공격적 플레이를 할 수 없게 한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잘 간파해야 한다. 그만큼 위험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페어웨이는 한 군데도 평탄한 곳이 없다. 긴 홀은 길어서 레귤러온이 어렵고, 짧은 홀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위험 요소들로 어려움을 겪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온그린에 성공하더라도 이번에는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 때문에 한숨을 푹푹 내쉬게 된다. 한 마디로 만만한 홀이 한 군데도 없다. 생각대로 안되니까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 눈치 빠른 캐디가 "여기는 다른 골프장에 비해 10타 정도 더 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마음을 진정시켜라"고 조언한다.

■회원제서 프리미엄급 퍼블릭으로 재탄생

레인보우힐스CC는 탄생만으로도 한국 골프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이곳도 경기불황과 모기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7억원 이상에 분양됐던 입회금 반환 요청이 일시에 몰리면서 지난 2015년 4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년여간 전 임직원들이 노력으로 회생계획을 성실히 이행한 결과 올해 1월 퍼블릭 전환 승인을 받은 뒤 프리미엄급 퍼블릭으로 제2의 탄생을 했다.

퍼블릭 전환은 운영체계의 변화를 말한다. 프리미엄급 코스는 물론 회원제 때 그대로다. 따라서 그동안 이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를 꿈꿨던 골퍼들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골프장 측은 회원제 골프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일반 퍼블릭 골프장들과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티오프 시간을 10분 간격으로 늘리기로 했다. 고객들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주중에 한해 전 시간대를 오픈 운영하는 것도 이 골프장만의 특징이다. 클럽 중심의 운영이 아닌 고객 중심의 운영을 위해서다. 보다 많은 골퍼들에게 플레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이버회원 제도도 운영한다. 사이버회원 가입에 대해서는 레인보우힐스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며 회원 가입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예약과 다양한 이벤트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현재 모바일앱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VIP 라운지와 8개의 독립된 다이닝룸을 갖춘 클럽하우스가 있어 단체팀 행사에도 제격이다.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강남에서 골프장까지 1시간1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도 뻬어나다.

golf@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