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Culture]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조선판 '동백꽃 아가씨'로 재탄생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4 19:25

수정 2017.08.24 19:25

18세기 佛 사교계 여왕 '비올레타' 조선시대 명기 '황진이'로 재탄생
국립오페라단 '평창 올림픽' 성공 기원 26~27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서 선봬
7000명 관객 수용가능 야외 무대.. 민화 등 활용 한국적 아름다움 살려
[yes+ Culture]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조선판 '동백꽃 아가씨'로 재탄생

열정적 사랑과 비극적 최후, 베르디 오페라 최고 걸작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가 한복을 입은 조선판 '동백꽃 아가씨'로 재탄생한다. 한여름 밤, 야외에서 펼쳐지는 대형 오페라와 비극적 사랑을 실은 아름다운 노래는 잊을 수 없는 낭만의 시간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가 26~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단 이틀간 열리는 이 무대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특별공연으로 그 취지를 살려 대규모 관객이 함께할 수 있는 야외 잔디밭에서 펼쳐진다.

전통과 현대, 영화.무용.패션의 범주를 넘나드는 정구호의 첫 오페라 연출로, 배우 채시라가 작품의 맥을 짚어주는 변사로 깜짝 출연한다.

이번 오페라가 특별한 것은 국립오페라단이 스스로 '야심찬 도전'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대담한 시도에 있다.
그 첫번째는 동·서양 문화의 융합이다. 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인 원작 배경을 조선 정조시대 양반사회로, 화려한 사교계의 여왕 '비올레타'는 한복을 입은 조선의 명기 '황진이'가 됐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가 원작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파리 사교계 여왕 비올레타가 귀족 알프레도와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죽는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사교계의 화려함을 지배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은 잡지 못한 한 여인의 외로움이 비장하고 애절한 선율로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한복, 민화, 전통 춤사위 등 '한국적 코드'와 섞인 이 독특한 '라 트라비아타'가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매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야외 공연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오페라단은 공연의 공간을 야외로 확장하고, 티켓 가격은 1만~3만원 선으로 낮춰 더 많은 관객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올림픽공원 잔디밭에 설치된 무대는 7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크고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꾸며졌다. 일반적인 직사각형 무대 대신 24m 지름의 원형 무대는 첨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빨갛고 파란, 형형색색의 불빛들을 받아 하나의 꽃처럼 피어난다.

조선이 배경인 만큼 민화 등을 적극 활용해 고전적인 정취를 살렸고, 보통 무대와 관객 사이에 자리잡는 오케스트라도 무대 뒤편으로 옮겼다.

이번 작품의 연출과 무대 및 조명 디자인을 맡은 패션디자이너 정구호는 한국적 코드에 대한 신선한 감각의 재해석과 독특한 창의성으로 이름이 높다. 영화 '스캔들'의 미술감독을 비롯해 국립무용단 '단' '묵향' '향연'을 성공시켜 패션디자이너에서 공연예술 연출가로 변신했다. 그가 꾸민 이번 무대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미장센들로 고아하면서도 화려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배우들이 입는 한복은 젊은 감각의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이 맡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비올레타(황진이)가 쓰는 5m 쓰개치마에 놓인 동백꽃은 한복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대에는 유럽에서 활동 중인 정상급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소프라노 이하영과 손지혜, 테너 김우경과 신상근이 각각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역을 맡고, 바리톤 양준모가 제르몽 역에 캐스팅됐다.


당초 출연 예정이던 소프라노 홍혜경이 건강상 이유로 출연을 고사하면서 교체 투입된 소프라노 이하영은 독일의 명문 함부르크 국립극장 주역으로 활동 중인 세계적 프리마돈나로 서정적인 연기와 테크닉으로 놀라운 무대 장악력을 자랑한다. 2000년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으로 국내 오페라 무대 데뷔 후 17년 만의 국내 무대 복귀다.
또 지휘는 2012년 마체라타 오페라 페스티벌 '카르멘', 201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타이스' 등을 지휘한 세계적인 명장 파트릭 푸흐니에가 맡는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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