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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삼성 5년 총수 공백이 걱정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5 17:41

수정 2017.08.25 17:41

1심서 '정경유착' 판단.. 전략적 투자 미뤄질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7일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김진동 재판장은 그 중간에 섰다. 특검이 주장한 뇌물공여죄 등 모든 혐의를 인정하되 구형량은 지나치다고 봤다. 양쪽 다 불만일 수 있다. 특검은 형량이 가볍다고 볼 것이다.
반면 줄곧 무죄를 주장한 이 부회장 측은 형량이 무겁다고 볼 것이다. 현 시점에선 1심 법원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불만이 있으면 고등법원(2심)과 대법원(3심)에서 다투면 된다.

현실적으로 몇 가지가 걱정된다. 무엇보다 삼성그룹의 앞날이다. 지난 몇 달간 삼성은 선장 없이 표류했다. 당연히 핵심 투자도 미뤄졌다. 올 들어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활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이는 오래전 단행한 투자가 빛을 본 결과다. 하지만 1심 판결로 총수의 장기 경영공백은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마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해외에서 삼성 이미지도 손상을 입었다. 총수 부재가 몇 년 뒤 저조한 실적으로 나타날까 우려된다.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이재용 사건'의 본질을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밀접한 유착"이라고 봤다. 과거 개발시대에 권력과 금력이 한통속으로 돌아간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삼성이 하는 모든 일을 시장에서 낱낱이 들여다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보듯 심지어 외국 투자자들까지 소송을 불사한다. 시민단체들도 감시의 눈을 번득인다. 예전처럼 대기업이 몰래 허튼짓을 하기는 힘든 구조다.

물론 법원으로부터 '정경유착' 판단을 받은 삼성은 자성부터 해야 한다. 그만큼 법의 심판은 준엄하다. 다만 항소심에선 권력에 맞서기 힘든 '을'의 처지를 더 폭넓게 고려했으면 한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이…응하지 않을 경우…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등으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대목도 있다.

좋든 싫든 삼성은 한국 간판기업이다.
반도체 실적에서 보듯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행여 과잉수술로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답게 총수 없는 기간을 슬기롭게 넘기는 저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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