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이재용 1심 징역 5년] 총수공백 장기화에 침통한 삼성.. 권오현 체제 비상경영 지속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5 18:10

수정 2017.08.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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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휩싸인 삼성, 간부들에 "재판 언급 자제"
내부 동요 막기위해 총력.. 권 부회장, 그룹 총괄 한계
삼성, 조직별 대응방안 논의.. 글로벌 이미지 심각한 타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모니터에 삼성전자 주가가 2만5000원 하락한 235만1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모니터에 삼성전자 주가가 2만5000원 하락한 235만1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 결과가 알려지자 삼성그룹은 충격과 실망감에 휩싸였다. 삼성은 '세기의 재판'이라는 외부의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내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삼성은 지난 10개월 동안 계속된 비상경영체제가 이어졌고, 삼성 변호인단은 1심 결과에 불복하고 즉각 2심 준비에 돌입했다.

25일 온종일 긴장감이 흐르던 삼성그룹 내부는 오후 3시30분께 이 부회장이 1심에서 5년의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이 퍼지자 망연자실했다.
이 부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삼성 서울 서초사옥 1층 로비는 평소보다 한산해 싸늘한 기운까지 감돌았다. 직원들은 여느때와 같이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했지만 눈과 귀는 매스컴을 향했다.

특히 법원이 이번 재판의 핵심인 뇌물죄를 인정하면서 삼성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이는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앞으로 계속된다는 의미여서다.

삼성 계열사 한 임원은 "여론을 감안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격적이고 참담하다"며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특히 뇌물죄와 형량과 관련해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회사는 무죄를 기대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왼쪽부터)이 선고가 내려지기 전 각각 재판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왼쪽부터)이 선고가 내려지기 전 각각 재판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회사 내부에선 최대한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삼성 계열사 한 직원은 "간부들을 중심으로 이번 재판과 관련한 의견은 되도록 자제할 것을 권고받았고, 동요하지 말고 일상으로 돌아가 할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가 무산되자 삼성은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의 총수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될 전망이다. 권 부회장은 그동안 이 부회장을 대신해 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공식행사에 그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은 물론 비공식적으로 외국을 방문해 사업 협상을 진행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오너가 아닌 반도체 전문 최고경영자(CEO)로서 그룹을 대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권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부품(DS) 총괄과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2개 사업 영역의 수장과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또 삼성 밖에서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지속되면서 향후 삼성의 방향성은 오리무중이다. 권 부회장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행일 뿐,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총수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는 정중동 자세를 취할 것"이라며 "적어도 현재의 삼성 시스템에선 이 거대한 조직을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리더는 총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삼성은 이날 주요 조직별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전과 다른 뾰족한 방안은 없었다는 전언이다.

직접 당사자의 눈은 이미 2심으로 넘어갔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날 판결 직후 "1심 유죄 전부를 인정 못한다"며 즉시 항소할 뜻을 전했다. 여전히 삼성 측은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삼성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이미 일어난 일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2심 재판부가 우리의 손을 들 수 있게 상고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받으면서 삼성의 글로벌 이미지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외신에서는 이번 재판을 두고 '한국 정경유착의 예'라고 표현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해리스폴이 발표한 기업평판지수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위에서 올해 49위로 42단계나 급락했다.
지난 2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0'에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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