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탈원전’ 타협점 찾기

"문재인정부가 '탈(脫)원전'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에 만난 한 50대 대기업 임원은 지난 40년간 아무 문제 없이 우리나라가 원전을 잘 활용해왔는데 문재인정부가 왜 갑자기 '탈원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처럼 의문을 제기했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바라는 산업계와 일부 야당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유난히 크다. 자유한국당은 탈원전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다. 매연 없는 발전, 뛰어난 에너지 수급력 그리고 안정적인 전기료 등의 매력이 있는 원전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들을 적극 내세우면서 지난 정부들은 원전 확장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지난 40년 원전 가동기간에 사용후핵연료가 차곡차곡 쌓여 한계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왔다.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은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미국 롱아일랜드의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는 원자로 수조의 폐연료봉이 노출되면 반경 800㎞ 내에 있는 사람들이 곧바로 숨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폐연료봉을 지하에 보관한다 하더라도 방사능 수치가 완전히 떨어지려면 최소 10만년이 걸린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세계 1위 원전 밀집 국가다. 인구 100만명당 원전 수, 단위면적당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다. 탈원전을 하지 않고 기존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대로 하면 2030년 원전이 35기로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100만㎢당 원전 수가 세계 1위로 일본의 3배, 미국의 35배 정도에 달한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을 임기 초기부터 강하게 밀어붙인 것도 에너지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전이 비경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 원전에서 생기는 폐연료봉만 관리하는 데 64조1301억원이 들어간다.

후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핵폐기물 방사능 걱정 없는 국토 사용 권리를 우리 시대가 저당 잡은 채 원전을 40년간 써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괴테의 희곡에 나오는 노년의 철학자 파우스트는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청춘과 사랑을 받기 위해, 그 대가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저당 잡혀야 했다.

그동안 원전의 긍정적 효과를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원전 효과를 충분히 누렸다. 그렇지만 그 대가로 자손들에게 위험천만한 핵폐기물을 모두 떠넘긴다면 '나라다운 나라'라고 하기 어렵다. 우리 세대만 잘 쓰면 된다는 욕심과 이기심을 버려야지만 원전 문제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