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의 삼성] 미래 청사진 사라진 삼성.. 세계 최고 실적은 '모래성'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7 17:28

수정 2017.08.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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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선장 없이 현상 유지 급급한 현실
'관리의 삼성' 돋보였지만 반도체 슈퍼호황 끝나가고
장기간 프로젝트는 올스톱.. 리더십 없이는 1년이 한계
[위기의 삼성] 미래 청사진 사라진 삼성.. 세계 최고 실적은 '모래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돼 회사 집무실 대신 법원을 오갈 동안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실적은 냈다 하면 사상 최대였고, 주가도 역대 신고가를 연일 썼다. '맞수' 애플과 인텔도 제쳤다. 반삼성 인사와 호사가들은 "총수가 없으니 사업이 더 대박 난다"며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와 전문가들은 여론의 호도에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총수 부재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지금의 삼성은 '화무십일홍'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총수 없어 더 잘나가는 삼성?"

27일 재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 14조원 가운데 8조원은 반도체에서 나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결단력과 책임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장기적으로 천문학적 돈이 투자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건희 회장의 과감하고 한발 빠른 베팅이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이란 평가에 이견은 거의 없다. 아버지가 이룬 사업의 기틀을 물려받은 이 부회장도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 새로운 반도체 공장인 경기 평택공장에 2021년까지 총 37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로 양분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계속 군림하겠다는 의지를 이 부회장도 거듭 보여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은 45.7%다. 이는 오너의 리더십이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반도체의 업황 사이클을 볼 때 이르면 1년 뒤 슈퍼호황은 끝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에 다가올 대형 악재다. 그러나 삼성은 '큰비에 대비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의 우산을 만들 총수가 일을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매달 몇 건씩 쏟아지던 M&A 소식도 구속 이후 현재까지 0건으로, 이 부회장 없이는 M&A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합집산으로 분주한 와중에 삼성은 '관리'를 외치며 현상유지에 묶인 실정이다.

■'관리의 삼성'은 1년이 한계

업계는 '관리의 삼성'이지만 총수 부재 속 현재 시스템으로는 1년을 한계로 보고 있다. 삼성 출신의 한 임원은 "삼성은 1년, 2~3년, 5년 이상 등 기간별 관리 체계가 잡혀있지만 총수나 총수를 대신할 미래전략실이 없는 초유의 상황에서 기존에 짜인 단기전략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추가적인 적기투자나 기민한 M&A 없이는 미래가 한층 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과 달리 관리 안 된 삼성의 모습은 당장 내년부터 드러날 것"이라며 "상고심에서 적어도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야 삼성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삼성의 시스템에서 반삼성 측이 주장하는 급진적 전문경영인 체제는 시기상조라는 게 기업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사업영역은 이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스마트폰(IM), 가전(CE) 등 3대 사업에서 담당 경영인들이 사업의 전권을 쥐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스케줄을 소화하며 미래지도를 그리는 방향키를 잡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것도 이 부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 외에 계열사들은 M&A 외에 거의 전권을 CEO가 쥐고 있다. 과거 미전실이 계열사 핵심사업을 챙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CEO도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다만 회사와 계약 관계인 CEO 자리는 속성상 단기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의 한 사장은 "투자 규모에 대한 별도의 제약은 없지만 조단위가 넘어가면 스스로 부담을 느끼게 되고 소극적이게 된다"고 토로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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