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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삼성 1심 재판, 뇌물 유죄 인정 근거 부족”..이재용 항소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8 15:52

수정 2017.08.28 19:52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삼성 측은 1심이 '뇌물공여 혐의‘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묵시적 청탁'이 법조계 일각에서 유죄 판단으로는 부족하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이 부분의 법리를 깨트리는 데 변론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묵시적 청탁' 놓고 열띤 공방 예상
이 부회장 측 변호사인 김종훈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는 특검도 1~2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2심은 이르면 9월 중순이나 늦어도 10월 초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 부회장 측은 1심에서 뇌물죄를 포함한 혐의 모두가 유죄로 인정된 만큼 판결 내용을 토대로 더 면밀히 법적공방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큰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부분이다. 1심은 이 부회장에 대해 경영권 승계작업인 포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증거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묵시적으로 청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뇌물 공여자로 판단했다. 묵시적 청탁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부정한 청탁이 오고간 증거는 없지만 서로 암묵적으로 뇌물에 대한 인식과 양해를 공유했다는 것이다.

1심은 이런 판단의 근거로 두 사람이 서로의 권한과 관심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은 업무보고 또는 여론동향 보고 등을 통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문제에 관해 인식할 수 있었다"며 "대통령도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영자가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금품을 공여하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1심, 형사소송법 대원칙과 상반"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지나치게 정황에만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어서 과연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이 되는가'란 논란거리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묵시적 청탁이라는 연결고리를 빼면 혐의를 입증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1심 판결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막강한 권력자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등 앞뒤 호응이 덜 되는 부분이 있다"며 "간접적 증거를 통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점도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수동적 뇌물을 인정한 부분도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를 이 부회장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이는 승계작업과 관련 없는 강압에 의한 금품제공이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유죄를 받아낸 특검도 기존의 증거만으로는 항소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형사부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 명시적으로 승계를 부탁한 사실의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인정됐다"며 "간접적인 증거만으로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판결이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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