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공기업 같은 날 시험, 취준생들은 반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8 17:14

수정 2017.08.28 17:14

이직률 줄이는 효과 있지만 여러번 응시할 기회 사라져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비슷한 성격의 공공기관들이 같은 날 채용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합동채용 방식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공기업들이 시행 중인 제도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구직자들에게 실질적 채용 기회를 확대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자발적 참여하에 합동채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십만명의 공공기관 취업준비생들은 갑작스러운 제도 추진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다.

합동채용 방식의 취지는 납득할 만하다. 공공기관은 중복 응시가 많은 탓에 이중 합격자의 이직률이 10%를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합격 후 연수 중인 사람이 퇴사하면 해당 기관은 추가 합격자를 받을 수도 없어 비용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합동채용을 하면 기관별로 우수인재를 골고루 나눌 수 있고, 합격권 문턱에서 아깝게 떨어진 취준생도 구제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취준생은 "채용 기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는 미미하다.

기재부는 59개 공공기관을 △환경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정책금융 △농림 △문화예술 △보건복지 등 7개 분야로 나눠 유사분야 기관들은 한날 시험을 치르게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취준생들은 시험 볼 기회가 크게 줄어들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취준생은 종전에는 한전.한국동서발전,한전KDN 등을 순차적으로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이들 중 한 곳만 응시해야 한다.

채용이 적은 이공계의 특수직군에서 취업기회 박탈이 심각할 것이란 지적이 쏟아진다. 네이버 취준생 카페의 한 운영자는 "분야가 특정되는 전기.기계.화학 분야와 요양직, 심사직 등은 합동채용으로 인한 수험생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달랑 한 곳만 응시한 후 떨어지면 다음 시험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하는가"하는 비판들이 올라 있다.


정부는 합동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취준생의 의견을 듣거나 이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한 적이 없다. 제도 변경이 기회 박탈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기재부는 취준생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세밀하게 가다듬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