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구조개혁을 찾습니다

무디스 쓴소리 경청해야.. 朴정부 전유물 될 수 없어.. 배척하면 J노믹스 성공 못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무디스가 지난달 한국에 쓴소리를 했다. "앞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끌어내릴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은 구조개혁 후퇴"라고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인으로는 재정악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들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Aa2'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등급전망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왜 이런 쓴소리를 덧붙인 것인지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무디스가 2015년 12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상향 조정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받은 신용등급 가운데 최고 등급이었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독일.캐나다.호주.싱가포르.영국.홍콩 등 7개국뿐이다. 중국과 대만은 우리보다 한 단계 아래이고, 일본은 두 단계 밑에 있다. 중국과 일본을 모두 따돌린 역사적 쾌거였다. 우리는 그 덕을 톡톡히 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금리인상,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글로벌 금융불안과 자본이탈 위험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됐다.

주목할 점은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올려준 이유도 구조개혁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박근혜정부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의 간판을 꺼내들었을 때다. 실적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지만 무디스는 실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등급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구조개혁 실천을 담보로 어음을 끊어준 것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밀린 숙제를 해야 할 책임이 문재인정부로 넘어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서는 구조개혁이 금기어가 돼버린 느낌이다. 요즘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구조개혁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구조개혁을 말하면 박근혜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상황 파악도 못하는 눈치 없는 관료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이런 풍토가 과연 우리 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구조개혁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피할수록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1997년의 외환위기에서 그 점을 뼈저리게 배웠다. 성장잠재력과 경제체질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데도 기업은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 했고, 정부는 이를 방치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수많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훗날 몇 십배의 고통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잠재성장률이 5%대를 유지했다. 이후 대략 5년마다 1%포인트씩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8~2.9%로 추정한다. 이대로 가면 제로성장 시대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산업계 현실은 암담하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제조업이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했으며 최근에는 자동차산업마저 맥을 못 추고 있다. 기존 산업의 위기 극복과 신산업 발굴이 시급한데도 문재인정부에는 산업을 말하는 사람이 안 보인다.

구조개혁은 경제 시스템의 각 분야에 쌓인 비효율과 불합리를 떨어내는 작업이다. 본질적으로 어느 특정 정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친기업·반노동 정책이라고 낙인 찍을 이유도 없다.
한때 박근혜정부의 정책이었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이성적 사고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더욱 속도를 내서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도 그렇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