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8·2대책의 1차 피해자는 누구?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8 17:30

수정 2017.08.28 17:30

[기자수첩] 8·2대책의 1차 피해자는 누구?

30대 직장인 A씨는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요즘 늘 한숨을 달고 산다. 올 연말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던 그에게 대출한도 20% 축소는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여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직장은 계속 서울에 있을 텐데 집은 서울 내에서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같다"는 그는 경기도권 입주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지난해 결혼한 30대 직장인 B씨도 최근 요동치는 주택시장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B씨는 안도의 한숨이다. 지난해 말 결혼한 B씨는 운 좋게도 11.3 부동산 대책 직전 서울 강서구의 작은 아파트를 구입해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 '상투잡지 말라'며 말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B씨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 한도를 끝까지 채워 대출한 돈으로 아파트를 샀다.

다주택자를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췄다. 가구당 1건 이상의 추가 대출에는 더 강력한 규제가 들어간다.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것(live)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실현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 발표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 1차 타격을 받은 사람은 오히려 집이 없는 무주택 실수요자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인 결혼 타이밍에 따라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었다는 토로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잡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가장 먼저 잡게 된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C씨는 지난 정권에서 대출한도를 늘리고 등록세를 폐지하는 등 '집을 사라'는 정책을 펴자 역시 대출을 통해 집을 샀다. 지금 상황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서울 집값을 무조건 누르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을 보고는 유일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까봐 걱정이다.
평생 갚아야 할 빚은 남았는데 시세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부는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정책에 A.B.C씨와 같은 서민의 희생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그 로드맵을 반드시 성공시켜 이들의 한숨과 우려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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