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윤중로] 소비자 빠진 소비자 보호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8 17:30

수정 2017.08.28 17:30

[윤중로] 소비자 빠진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본 책무는 시장경제와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진하는 것이다. 공정위 존립 목적이자 존재의 첫번째 이유가 바로 소비자 보호에 있다는 뜻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 일성인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도 종국적으로는 소비자 보호로 귀결된다. 공정위는 경제주체 중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는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탄생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소비자 주권이 반영됐다.

소비자의 권리는 여럿 있다.
그중에서 최근 공정위 행보와 관련된 사항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 물품과 용역을 사용 또는 이용함에 있어서 거래의 상대방.구입장소.가격.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대해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권리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대책, 이른바 '갑질 근절'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케 한다. 가계·기업·정부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 3주체 중 가장 중요시해야 하고 보호해야 할 가계(소비자)가 쏙 빠져 있다.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중소기업만 존재할 뿐이다. 안 그래도 대형마트 강제휴무의 효과가 의문시되고 소비자 주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민들의 주말 쇼핑 및 휴식공간인 교외 아웃렛까지 월 2회, 그것도 주말에 문을 닫도록 하겠다고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 황당할 따름이다.

대형마트 강제휴무는 아직까지 그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분은 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대형마트 월 2회 일요일 휴무는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휴일을 잘 알지 못해 허탕 치기 일쑤다. 그렇다고 장을 보러 전통시장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은 중소상권 보호라는 점에는 마지못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교외의 복합쇼핑몰인 아웃렛 강제휴무는 차원이 다르다. 명분도 없고 효과도 없다. 아웃렛은 시민들에게 특히 주중 시간을 내지 못하는 맞벌이가구에게 주말 쇼핑공간이요 놀이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공공시설에 가깝다. 그래서 주말 강제휴무는 부족한 놀이공간을, 그것도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주말을 빼앗아버리는 격이다. 주변에 경쟁상권이 없으니 문을 닫게 한다고 다른 누가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되레 건전한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 침체로 이어지게 한다.
유통업계도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사업 못해먹겠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당국은 국민들의 나들이 공간을 앞장서서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기업이 돈들여 만들어 놓은 시민 휴식공간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