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의 삼성] 신사업 멈춰선 지 오래… ‘엘리엇 같은 사냥꾼’ 또 나올수도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8 17:53

수정 2017.08.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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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재판 리스크에 발 묶인 경영
권오현 부회장의 메시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엔 대내외 경영환경 너무나 엄혹"
경영진들의 참담한 심경 토로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 상태
삼성증권 IB인수 무산에 이어 해외 비즈니스도 재판 악영향.. 외국인 투자자들 간섭 커질듯
[위기의 삼성] 신사업 멈춰선 지 오래… ‘엘리엇 같은 사냥꾼’ 또 나올수도

"지금 회사가 처해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은 우리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에는 너무나 엄혹합니다.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과 관련, 전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경영진이 앞장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부회장은 "여러분 모두 상심이 크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임직원들을 다독이면서도 "저희 경영진도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권 부회장이 이처럼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만큼 삼성 내부에 이 부회장 실형 선고가 주는 충격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삼성에 정신적 충격은 물론 경영상 충격도 뒤따른다는 점이다.


최종 결과가 나와 봐야 하지만 재판 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삼성 계열사의 신사업이 좌절되고 이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 사외이사에서 제외되는 등 경영상 악영향이 현실화되고 있다.

■재판 중, 국내외 신사업 올 스톱?

삼성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10일 금융감독 당국이 삼성증권의 신규 업무인가 사안인 발행어음 사업인가에 대한 심사를 보류해서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서 초대형 IB의 지정요건을 갖춘 상태다. 만약 삼성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는다면 만기 1년 이내의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발행, 8조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 초대형 IB로 가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 '대주주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대주주는 바로 이 부회장을 말한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현재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지분의 29.39%를 보유하고 있고 이 부회장은 삼성증권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한 것이 삼성증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로 금융당국은 해석했다. 1심에서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삼성증권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삼성증권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물론 이 회사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 계열사는 정부 인허가 사업에서 손을 놔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없어도 삼성이 잘 돌아간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놓은 이들은 이 부회장 재판 때문에 사업에 차질을 빚어도 당연하다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반기업 정서에 삼성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가 집단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도 악영향 본격화

이 부회장 1심 실형 선고 영향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번지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사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은 대규모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전략과 대규모 투자, M&A 등을 결정하는 사내 경영위원회가 올 2.4분기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인 2차례만 열렸다.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가 흔들리는 것이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이탈리아 엑소르사의 차기 이사진에서 배제됐다. 엑소르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지주회사다. 삼성전자가 9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파트너인 만큼 이번 사태가 없었다면 '삼성전자-하만-엑소르' 간의 협력 비즈니스가 구체화됐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온다. 만약에 이 부회장의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 미국 등의 국가에서 적용 중인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적용받을 수 있다. 대규모 벌금은 물론 사업 파트너가 법 위반을 들어 계약을 거부할 수도 있다.

재판으로 인한 국내외 경영 차질로 삼성전자 실적이 조금이라도 주춤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권 간섭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지닌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20% 정도인 반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는 사모펀드(PEF),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을 포함해 52∼53% 선이다. 외국인 주주의 지분율이 오너 일가가 가진 지분의 2.5배 또는 그 이상에 달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이 해체된 현재 엘리엇 등이 외국인 세력을 규합해 적대적 M&A 등으로 경영권을 공격한다면 삼성은 무방비 상태"라고 우려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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