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의 삼성] 글로벌 경영행보 올스톱… 사회공헌 등 대외활동 위축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9 17:13

수정 2017.08.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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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재판 장기화에 국내외 점점 위축되는 삼성
애플.페이스북.구글 CEO 등 만나는 선밸리 콘퍼런스 불참
美트럼프 대통령 초청에도 불참… 인맥 동원 경영 큰 차질
매년 5천억 규모 기부.출연 줄 듯… 기업 기부 위축 우려도
뇌물공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한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의 깃발 아래 노란 점멸 경고등이 켜 있다. 연합뉴스
뇌물공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한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의 깃발 아래 노란 점멸 경고등이 켜 있다. 연합뉴스

[위기의 삼성] 글로벌 경영행보 올스톱… 사회공헌 등 대외활동 위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삼성 전체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대외활동이 중단된 것을 넘어서 삼성의 사회공헌 등 정상적인 대외활동까지 축소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이후 사실상 그룹의 총수 역할을 대신하며 대외적으로 '삼성의 얼굴' 역할을 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이달 초 열린 공판에서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며 "애플과 페이스북 등 20~30개 고객사와 만난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실형 선고로 이 부회장의 글로벌 활동은 장기간 '올스톱'될 전망이다.

더불어 삼성에서 매년 약 5000억원 규모로 이뤄지던 기부.출연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재판부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만큼 사회공헌활동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재용, 글로벌 경영행보 중단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당초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검찰조사를 받을 때는 올해 상반기 정도면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조연인 탓에 참고인 조사 정도로 끝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검찰조사를 넘어 국정조사와 특검수사, 재판까지 이어지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나 되어야 재판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더 길어질 수 있다.

1년6개월이라는 공백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글로벌 정보기술(IT)시장에서 엄청난 시간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IT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이 부회장은 해외투자자나 거래선을 직접 만나 활발히 소통하는 등 영업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도 재판기간 동안 가동이 중단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개인적 인맥을 동원한 물밑 경영은 삼성의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까지 이 부회장이 사외이사진으로 활동했던 '엑소르'는 작년 말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파트너였다.

이 부회장이 공판에서 언급한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과 만나는 인적교류의 장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2011년을 제외하고 2002년부터 매년 이 콘퍼런스에 참가해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번 재판으로 올해 선밸리 콘퍼런스에 불참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자리에 초청받았지만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참석하지 못했다.

■사회공헌활동 위축 불가피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회복지사업법 제7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사람은 공익재단의 임원을 맡을 수 없다. 하지만 당장 물러날 가능성은 낮다. 최종심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물러나면 유죄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공익법인 기부금 수입 순위에서 지난해 각각 7위와 27위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의료.보육사업을, 삼성문화재단은 문화예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기부금 중에서 삼성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6%, 100%에 달한다. 사실상 삼성 계열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이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각 계열사의 기부.출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가 기업의 기부문화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재단출연이나 사회공헌 등 기업이 외부에 기부할 때 그 배후에 누가 있는 것까지 철저히 파악하지 않으면 사후에 처벌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겼다"면서 "자연스레 기업의 기부활동이 위축되면서 기부금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1.4분기 10대 그룹의 기부금 지출 규모는 17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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