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이재용 부회장의 눈물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들의,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제가 그걸 욕심을 내겠습니까. 너무나 심한 오해로, 정말 억울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눈물을 흘렸다. 국민연금을 경영승계에 이용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목에서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판결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특검이 주장하는 '부당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재용이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2015년 7월 25일쯤에는 이미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해 최대 현안이 해결된 후였다"며 청탁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삼성 출입기자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현장에서 취재한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것은 몰라도 국민연금과 관련해선 재판부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2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지난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의 공시에서 시작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합병 반대와 주총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그해 7월 17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합병안건 가결까지 두 달간의 일정은 전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당시 삼성물산은 임직원들이 수박을 들고 소액주주 등을 일일이 방문해 도와달라며 이른바 '수박작전'을 벌였다. 급기야 신문 광고를 통해 소액주주들에게 찬성 위임장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지분은 11.2%로 합병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실제 합병 캐스팅보트는 22.3% 지분을 소액주주가 쥐고 있었다. 실제 주총에 소액주주 55%가 출석해 84%에 달하는 합병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들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면 결코 합병은 통과될 수 없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와 함께 제일모직 지분도 4.8%를 갖고 있었다. 금액으로는 삼성물산이 9768억원, 제일모직이 1조399억원으로 오히려 제일모직이 더 많았다. 삼성물산에는 불리하고 제일모직에는 유리한 상황에서 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느냐는 지적은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성립한다.

이 부회장은 결심공판에서 "특검과 세간에서 제가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전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일단 국민연금에 대해선 이 부회장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풀어줬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일도 쉽게 망각하는', 덧붙여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 세태(世態)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